아테네에 건설 중인 새 모스크의 입구. 아테네의 첫번째 공식적인 이슬람 사원이 허가를 받은 지 10년이 넘었지만 국민들의 반대로 개방이 계속 연기되고 있다. (사진=Financial Times/Antonis Theodoridis)

최근 유로 경제 위기를 겪은 그리스 정부가 쏟아지는 이슬람계 난민들을 위한 유화책으로 수도 아테네에 국비로 이슬람 사원(모스크)을 건설 중이다. 그러나 국교인 그리스 정교회 교리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슬람교의 사원을 경제 긴축 정책을 펼치고 있는 와중에 국비로 건축하자 국민들이 극심하게 반대하고 나서면서 개장에 난항을 겪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는 수도 아테네 중심부이자 세계적인 명소 파르테논 신전과 인접한 곳에 이슬람 사원을 건설하고 있다. 남성 300명과 여성 50명 수용 규모의 이 모스크는 올 여름 개장을 목표로 거의 완공 단계에 이르렀다. 정부 예산 95만유로(약 12억원)가 들었다. 그러나 현재 모스크 입구는 굳게 닫혀 있다.

지난해 9월, 모스크 건설 현장 앞에서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수백명의 주민들은 국가 재정으로 모스크를 짓는 것을 반대하며 모스크의 폐쇄를 요구했다. 최근에는 무슬림과 그리스인들 사이에 크고 작은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급기야 모스크 앞에는 시위대의 접근을 막기 위한 바리케이트가 세워졌다. 그 위에는 ‘이슬람을 저지하라’, ‘정교회가 아니면 죽음을’(Orthodoxia i Thanatos) 등의 낙서들과 전단지로 도배됐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인 그리스에서 모스크 건설 문제는 오랫동안 뜨거운 감자였다. 통합을 강조하는 유럽연합의 기조에 따르면, 수백 수십만 명의 이슬람계 난민들이 살고 있는 그리스에는 진작 그들을 위한 모스크가 세워졌어야 할 터였다.

지난 2006년부터 유럽연합과 이슬람 단체들은 EU회원국 중 유일하게 수도에 모스크가 없는 그리스 정부를 비판하면서 지속적으로 그리스를 압박했다. 이에 그리스 정부는 지난 10여 년 간 수차례 모스크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리스 국민들의 반대가 컸다. 국민들은 모스크 건설 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강력하게 저항했고, 계획은 번번이 무산됐다.

그리스 국민들이 이슬람에 적대적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종교적 반감이다. 95%가 정교회 교인인 그리스 국민들은 이슬람교의 교리가 정교회 교리와 정면 배치된다며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다.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그리스 국민의 76%는 진정한 그리스인이 되려면 정교회 교인이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특별히 그리스는 1453년 동로마제국이 오스만제국에 의해 멸망 당한 뒤 약 400년간 이슬람계 터키인들의 지배를 받았다. 그 당시 그리스 정신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파르테논 신전이 모스크로 개조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오스만 제국 시절 아테네의 중심에는 두 개의 모스크가 건설됐는데, 현재 이곳은 각각 박물관과 전시장으로 사용 중이다.

두번째는 경제적인 이유이다. 그리스는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에서 분쟁을 피해 나온 난민들이 유럽으로 향하는 첫 관문이다. 매년 수십만 명 이상의 난민들이 그리스 앞 바다에 몰려든다. 문제는 그리스가 2011년 유로존 재정 위기를 겪었고 아직 그 여파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국가 전체가 긴축 경제를 실시하는 와중에 난민 행정 처리와 그들을 먹여 살리는 문제까지 떠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고를 들여 모스크까지 건설한다고 하니 국민들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지는 것이다.

그러나 2015년부터 몰려든 이슬람계 난민들로 인해 결국 2016년에 그리스 의회는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모스크 건설 계획을 표결로 통과시키고 공사에 착수했다.

그리스 극우정당인 황금새벽당의 니콜라스 미차로리아코스(Nikolaos Michaloliakos) 대표는 2016년 아테네 모스크 건설 사업이 의회를 통과한 당시 “그리스가 이슬람 식민통치 시대로 돌아가려는가! 그들이 파르테논 신전을 다시 이슬람 사원으로 만들라고 요구하지 않을 것 같은가!”라고 비판했다.

바티(Vathi)의 지하 이슬람 기도처. (사진=Financial Times/Antonis Theodoridis)

한편, 이슬람에 대한 반감은 그리스 국민들뿐 아니라 유럽 주민들 안에도 퍼져 있다. EU 연례 조사에 따르면, 지난 해 유로존 28개국 중 21개국이, 또한 전체 EU 시민의 38%가 꼽은 첫번째 사회문제는 ‘과다한 이민자’ 문제로 나타났고, ‘테러’가 그 뒤를 잇는다.

무슬림들은 처음에는 난민 또는 다른 신분으로 들어와 인도주의적인 도움을 받으며 평화롭게 함께 사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인원이 늘어나면 점차 기존 사회 내 기득권을 요구하고 일부 극단주의자들은 테러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현 아테네 대주교인 이로니모스 2세(Ieronymos II)는 지난 2016년에 이슬람 모스크가 급진주의의 양성소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그는 채널 스카이(Skai) TV와의 인터뷰에서 “무슬림들이 그 곳에서 기도할 것인가 아니면 지하디즘과 근본주의를 위한 학교가 될 것인가? 누가 이를 감시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리스와 유럽의 국민들은 통제되지 않는 이민자들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이런 반감의 결과로 유럽 주요 국가들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있었던 총선에서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주장하는 극우파 정당이 승리를 거두었다.

유럽으로 이주하는 이슬람 배경의 난민들은 지금도 꾸준히 늘고 있다. 그리스에는 2015년 한 해에만 100만 명 이상이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에게 해의 레스보스 섬에 있는 모리아(Moria) 수용소에만 약 1만 7천 명이 수용되어 있다. 수도 아테네에는 25만 명 가량의 무슬림 이주자들이 거주하며, 이들은 도시 곳곳에서 지하실이나 창고를 간이 기도실로 활용하고 있다.

[윤지언 기자] 2018-02-14 @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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