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레이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종교 간 회담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세이크 아흐메드 알 타예브 이집트 알 아즈하르 모스크의 최고 성직자가 악수하고 있다. (사진=AFP)

수니파 이슬람교의 최고 성직자가 중동의 무슬림들에게 지역의 기독교인들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BBC에 따르면, 지난 4일 아부다비(Abu Dhabi)에서 열린 종교 간 회담에서 이집트 알-아즈하르(al-Azhar) 모스크의 최고 성직자 세이크 아흐메드 알-타예브(Sheikh Ahmed al-Tayeb)는 “기독교인은 중동 국가의 완전한 시민이자 동반자”라고 강조하고, 서방의 무슬림들에게는 지역 사회에 융화될 것을 요구했다.

세이크 아흐메드는 이 날 연설에서 먼저 중동의 이슬람교도들에게 “여러분들에게 보내는 나의 메시지는 이러하다. 그리스도인 형제 자매들을 받아들이라. 그들은 국가의 동반자이며, 우리와 가까이 있다. 우리 사이에는 특별한 유대 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중동의 기독교인들에게 그는 “나는 여러분들이 ‘소수파’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기독교인들은 모든 면에서 완전한 권리를 가진 중동의 시민들이다. 당신들은 ‘소수파’가 아니다. 그 용어를 버리자. 우리 사이의 유대감은 우리를 분열시키려는 모든 음모들을 부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서방의 무슬림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되 지역의 법을 존중하고 지역 공동체에 자신을 융화시킬 것을 요구하면서 “만일 당신이 살고 있는 나라에서 종교적인 문제가 생긴다면, 종교 지도자들과 상의하며 문제를 해결해 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회담에는 프란치스코 교황(Pope Francesco) 또한 참석했다. 로마 카톨릭 교황이 이슬람의 탄생지인 아라비아 반도에 공식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다수의 매체들은 이를 두고 ‘역사적인 방문’이라고 보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종교 간 회담에서 예멘, 시리아, 이라크 및 리비아 등 중동 국가들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특히 사우디가 주도하고 아랍에미레이트(UAE) 등이 참여한 중동 연합군이 예멘 분쟁에 개입하면서 세계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촉발시킨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교황은 이튿날 아부다비의 자이드 스포츠 시티 경기장에서 약 13만5천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야외 미사를 집전한다.

한편, 세이크 아흐메드와 프란치스코 교황은 연설 전 “세계 평화와 인류 공동의 인간성에 관한 문서”에 서명했다. 이 문서는 세계의 지도자들에게 관용의 문화를 확산시킬 것을 요구하면서, 국가 및 사회 갈등의 초반에 개입하여 무고한 희생을 막고 전쟁, 환경오염, 도덕적 문화적 부패 및 갈등의 종식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이 문서는 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하나님의 이름을 이용하는 집단들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BBC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중동 전역에서 기독교인들과 다른 소수 종교 집단들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반복적으로 공격 당했고, 종교 활동에 있어서 법적, 사회적으로 차별과 제한을 받아 왔다.

[윤지언 기자] 2019-02-0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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