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파키스탄에서 아동 노동자 학대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수백만 명의 파키스탄 어린이 노동자들과 빈곤층인 거리의 아이들이 겪는 성적 학대는 가족 부양과 생존을 위해 부득이 감수해야 하는 ‘흔해 빠진 일’이 되어 있다.

파키스탄에는 약 380만명의 어린이들이 노동자로 생활하며 여러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나, 이들을 보호할 장치는 거의 없다. (사진=Channi Anand/AP)

  • 380만 아동노동자, 성 착취에 취약
  • 카수르 아동노동자 90%, 성 학대 경험

가디언은 15일, 파키스탄 아동 노동자의 성적 착취의 실태에 대해 보도했다. 파키스탄에서 일하는 아동은 약 380만 명이다. 대다수는 농업 분야에 종사하지만, 많은 어린이들은 가죽 및 신발공장, 기계공장, 식당에서 일한다.

고아인 아와드(Awad)는 펀잡(Punjab) 주의 매우 보수적인 도시인 카수르(Kasur)의 한 공장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그의 고용주가 그를 성적으로 학대한 것은 아와드가 12살 때였다. 성적 학대는 1년 이상 계속됐다.

고용주는 매일 그에게 다가왔고, 아와드는 월급 때문에 고용주를 위해 그가 하기 싫은 일을 반복해야 했다. 그는 그 시간들이 너무도 괴로웠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아와드는 이런 일들이 매우 일반적인 것임을 알고 있었고, 카수르(Kasur)의 공장들에서 자신 외에도 학대당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11살인 아흐메드(Ahmed)는 그가 일했던 식당 주인이 그에게 입을 맞추고, 나쁜 짓을 하곤 했지만, 말을 듣지 않으면 식당에서 일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해서 떨쳐내지 못했다. 아흐메드는 이 사실을 부모에게 털어 놓을 수도 없었다. 사람들이 자신을 놀리고, 집안에 경제적 도움을 주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모든 것이 자기에게 불리하다고 여겼다.

수년간 어린이들이 학대를 피하도록 돕는 데 노력해온 알파 재단(Alpha Foundation)의 책임자 자와드 부카리(Jawwad Bukhari)는 “이 마을에서 아동 성 착취는 절대적으로 발생하는 일이고, 직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폭로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카수르의 많은 직장 아동, 특히 소년들은 고용주, 동료, 지인들로부터 성적 착취를 당한다. 가해자들은 직장이나 숙박 제공을 빌미로 아이들에게 성행위를 강요한다. 아이들에게는 침묵을 지키지 않으면 모든 것을 빼앗길 것이라는 두려움과 위협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부카리는 카수르에서 수백 건의 아동 성 학대 사례를 발견했으며, 모든 아동 노동자의 90% 이상이 성희롱이나 다른 형태의 성적 착취를 경험했다고 추정했다.

파키스탄 신드(Sindh) 주의 나가르파르카르(Nagarparkar)의 카펫 공장에서 일하는 어린이. (사진=Nadeem Khawer/EPA)

  • ‘카수르 사건’으로 드러난 아동 성학대 실태
  • 사회적 인식부족과 빈곤이 심각한 원인

지난 1월, 카수르에서 8살 소녀 자이나브 안사리(Zainab Ansari)가 집 근처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그녀는 동일범에 의해 카수르에서 강간 후 살해된 6살에서 8살 사이의 11 명의 소녀 중 한 명이었다. 일명 ‘카수르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으로 파키스탄 전역에 만연해 있던 아동 성범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불거져 나왔다.

‘카수르 사건’ 이후 설립된 아동학대위원회는 2015년 상반기에, 어린이 성학대 사례 577건이 펀잡(Punjab) 지역에서 보고됐던 것을 발견했다.

같은 해 후세인 칸왈라(Hussain Khanwala) 마을에서 300여 명의 아동 포르노 영상이 공개되면서 아동 성 착취 고리가 장기간 지속되어 왔던 것이 밝혀졌다. 영상의 가해자들은 20~30대의 젊은 남성들이었다.

파키스탄 어린이들의 성희롱을 조사하는 단체인 사힐(Sahil)의 보고에 따르면, 매일 9명 이상의 파키스탄 어린이들이 전국적으로 성적 학대를 당하며, 학대 유형은 원치 않는 키스, 접촉, 구강성교, 강간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부카리는 “이렇게 많은 어린이들을 학대하고도 처벌받지 않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정부와 관련하여 보호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정부가 이 문제를 묵인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꼬집었다.

아동보호복지국의 와심 압바스(Waseem Abbas)는 복지국에서 정기적으로 성 범죄자들이나 폭력 조직들의 은신처를 급습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 문제의 핵심은 ‘인식부족’과 ‘빈곤’이라고 말했다.

“그는 포식자들은 아이들에게 성적 착취를 행하는 것이 얼마나 비인간적인 일인지를 깨닫지 못한다”고 지적하면서, “종종 아동 노동자들이 고아이거나 부양가족이 딸린 빈곤층이기 때문에 고용주와의 성적 행위 역시 일의 일부로 여길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압바스는 그의 부서가 노숙하는 아이들과 가출한 아동들에게 은신처와 심리적 도움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런 문제들을 줄이고 단속하기에는 파키스탄 전역에 아동 성범죄가 너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교외에서 햇볕에 벽돌을 말리고 있는 어린 노동자 (사진=AP Photo/B.K. Bangash)

  • 정부의 무관심 속에 아이들 위험에 방치
  • 파키스탄 어린이 보호는 사회적 책임

파키스탄의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인 모하메드 알리 낙비(Mohammed Ali Naqvi)의 2014년 작(作) ‘파키스탄의 숨겨진 치부(Pakistan's Hidden Shame)’에서 나타난 성 착취 사례에서 대부분의 피해자는 남자 어린이들이다. 이는 빈곤으로 인해 거리로 나와 쓰레기 줍기나 구걸 혹은 허드렛일을 하며 살아가는 어린이들 대부분이 남자 아이이기 때문이다. 여자아이들은 집 밖 출입이 제한되거나 범죄가 일어나도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그 실태조차 명확히 알 수 없다.

이 작품에서 가해자인 남성 어른들은 이슬람 법으로 동성간 성관계가 엄격히 금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한다. 불가피하다”라고 변명했다. 그리고 피해 어린이들 중 상당수는 수치심을 잊기 위해 마약에 빠지고, 자기보다 어린 아이들을 또 다른 피해자로 만드는 가해자로 전락하기도 한다.

파키스탄 내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정부 기관은 거의 없다. 카수르의 경찰은 이것이 문화적인 문제일 뿐이라고 규정한다. 경찰 대변인 사질 알리(Sajil Ali)는 “그런 일들은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그들이 마음을 바꿀 때까지 우리가 물리적으로 그런 행위들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못박았다.

또한 파키스탄 경찰들은 현재 북부 파키스탄 지역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테러 문제만으로도 경찰 병력이 모자란다며, 아이들 문제에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했다.

부카리는 “현재 어린이의 성 착취를 막는 것은 정부의 최우선과제가 아니다”라면서 “이 행태가 너무 만연하기 때문에 오히려 아동 복지의 핵심 의제로 두어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다. 이것이 정말 심각한 문제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부카리는 “현재까지 발견된 일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우리가 진짜 해야 할 일은 이미 노동시장에서 심각한 착취를 당해 왔지만, 사회가 묵인해 왔던 파키스탄의 어린이들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지언 기자] 2018-06-1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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