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인 홍수로 남아시아, 아프리카, 미국 등지에서 수천여 사상자 발생

'하비'로 물에 잠겨 있는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 시 버넷 항만 (사진=Tom Fox/AP)

홍수가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 주는 8월 25일 허리케인 ‘하비’가 뿌린 비로 인해 40여 명이 사망했고, 도시 전체가 거대한 강으로 변했다. 남아시아는 8월에 내린 비로 인도, 방글라데시, 네팔 등지에서 1,200여 명이 사망하고, 4,100만여명의 수재민이 발생했다.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에서도 홍수가 나서 10만 여명이 집을 잃었고, 사상자 수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AP, AFP, 로이터, 워싱턴포스트, 가디언 등 주요 외신들은 지금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홍수에 대해 연일 보도 중이다. 외신들의 보도를 종합해 보면, 올 여름 홍수는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있으며, 사상 최악의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미국 텍사스(Texas) 주에 ‘하비(Harvey)’가 상륙한 후 휴스턴(Houston) 시는 수상 도시가 됐다. 지난 25일부터 4~5일간 1,250mm의 폭우가 쏟아졌다. 미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1일 워싱턴포스트(WP)와 가디언(theGuardian)이 보도한 현재 피해 사례에 따르면, 마침내 도시를 덮었던 물은 줄어들고 있지만, 그간 44명이 사망했고, 텍사스 주의 9만3천여 개의 주택이 파손됐으며, 3만4천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한 화학공장이 밀집해 있는 휴스턴 시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으면서 유독 물질이 대량 유출됐다. 또한 공장 냉각시설이 공장을 덮친 물로 멈춤에 따라 폭발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 지난 31일 휴스턴시 북서부 크로스비의 아케마 화학공장에서 우려했던대로 폭발이 발생했다.

미 당국의 발표에 의하면 ‘하비’는 세력이 약해진 상태에서도 북동쪽으로 향하면서 테네시 주, 켄터키주, 남오하이오 주에서 돌발적인 홍수를 일으켰다.

인도 뭄바이의 시민들이 불어난 물로 강처럼 변한 도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사진=Punit Paranjpe/AFP)

8월 30일 AFP, 가디언 등은, 여름 몬순(우기) 폭우로 인해 남아시아의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등 3개국에서 1,200여 명이 사망했고, 최소 4,100만 여명이 직접적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구호단체의 말을 인용해, “남아시아에서는 재앙이 전개되고 있다”고 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인도 동부 비하르(Bihar) 주에서만 500명 이상의 주민이 이번 홍수로 사망했다. 금융도시 뭄바이(Mumbai)에는 29일 하루에만 최대 300mm의 비가 내리면서 6명이 숨지고 도시 기능이 마비됐다. 15년만에 가장 심한 폭우를 맞고 있다. 이로 인해 31일 새벽, 뭄바이의 오래된 백여채의 건물이 무너지면서 30여 명의 사람들이 매몰로 인해 사망했다. 앗삼(Assam) 등 피해를 입은 일부 지역 주민들은 이런 홍수는 평생 처음 본다고 말했다.

네팔은 홍수로 14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주택 1만여 채가 부서졌다. 전 국토의 3분의 1이 침수됐다. 실종자가 많은데다 전염병도 돌고 있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방글라데시 역시 40년 만에 최악의 홍수가 나면서 140명이 사망하고 주택 69만7천여 채가 파손됐으며, 810만명 이상이 직접적인 피해를 봤다.

파키스탄 카라치 주에서는 14명이 숨졌고, 남서부 발루치스탄 주와 동부 펀잡 주도 홍수 피해를 입었다.

남아시아에는 이에 앞선 7월에도 폭우가 내렸다. 태국 동부지역에서 7월 한주간 최대 423mm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사꼰나콘주 대부분이 물에 잠겼고,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태국 재해 당국은 7월 한달 간 계절적인 폭우와 태풍 ‘선까(SONCA)’의 영향으로 태국 북서부 지역10개 주에서 약 30명이 숨졌으며, 67개 주 가운데 44개 주, 100만명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베트남에서도 최소 26명이 목숨을 잃었다.

남아시아의 우기는 9월까지 계속되므로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중국 남부에도 23일 상륙한 태풍 ‘하토’의 영향으로 약해진 지반에 27일 태풍 ‘파카’가 상륙하면서 폭우가 이어져 산사태가 발생, 많은 인명 피해를 냈다. 30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29일 윈난(雲南) 성 자오퉁(昭通) 시 다관(大關) 현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3명이 죽고, 5명이 다쳤다. 28일에는 구이저우(貴州) 성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32가구가 매몰되면서 지금까지 17명이 숨지고, 18명이 실종됐다.

최근 예멘에 내린 폭우로 쓸려온 흙더미에 파묻힌 트럭들 (사진=Mohammed al-Rumim/Al Jazeera)

중동의 빈국인 예멘에도 홍수가 났다. 알 자지라(Al Jazzera)는 지난 30일, 예멘 중남부 지역에서 폭우로 인해 휩쓸려온 흙더미에 차량이 깔리거나 전복되면서 최소 15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주민인 알리 알 쿠바티(Ali al-Kubati)는 “20년 만에 이런 폭우는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알자지라는 구호단체의 말을 인용, “전쟁으로 상당 지역이 폐허가 되어 질병과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예멘에서 장마가 지속되면 전염병 발병률이 크게 늘어 위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아프리카에서도 홍수와 산사태로 피해자가 속출했다.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는 지난 14일 폭우로 인한 사상 최악의 산사태로 1천여 명이 숨지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집과 차량에 깔렸다. 뉴욕타임즈(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은, 도로들은 흙탕물이 흐르는 강으로 변했고, 밤사이 밀려 내려온 흙더미로 인해 수백의 사람들이 죽었으며, 시체들이 해변으로 떠내려왔다는 주민들의 증언을 전했다.

가디언 나이지리아판의 1일 보도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베누에(Benue) 주 소방 방재청의 보니파스 오르테스(Boniface Ortese) 국장은 최근 주도 마쿠르디(Makurdi)를 포함한 24개 마을에서 1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최근 수개월 동안 홍수로 난민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등지는 홍수 대비 시스템이 미비하여 피해 규모가 컸다. 이들 지역 주민들은 “수년 전에도 홍수로 많은 피해가 있었지만, 국가가 재난에 대비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피해는 또 발생할 것이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산사태 현장에서 구조요원들과 주민들이 흙더미에 파묻힌 시신을 찾고 있다. (사진=Jane Hahn/The New York Times)

과학계, “기후 변화로 인해 가뭄과 홍수 더 잦을 것” 경고

영국 가디언지는 30일자 기사에서 미국에서부터 인도까지, 인간으로 인한 기후 변화는 가뭄과 폭풍우를 더 심각하게 만들어낼 것이며,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으로 더 큰 재해가 발생해 더 많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디언지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의 범람과 남아시아, 시에라리온, 중국의 양쯔강 지류의 치명적인 홍수들은 계절성 몬순이나 태풍의 영향으로 발생한 것으로 부분적으로는 계절적 요인에 달려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러한 극단적인 현상이 세계 기온 상승과 극심한 강우량 증가로 인해 더욱 흔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기상학자들은 지구온난화와 그에 따른 해수면 온도 상승이 잦은 홍수와 관련 있다고 분석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바다 온도가 올라가면서 더 많은 수분이 증발하게 되고, 이것이 엄청난 양의 비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미 국립대기연구소에 따르면, 바다 표면 온도가 0.5도 높아지면, 대기는 약 3%의 물을 더 머금게 된다. 하비가 텍사스로 접근할 때 멕시코만의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1도 높았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이것을 클라우지우스-클라페이롱 방정식(Clausius-Clapeyron equation) 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하비가 더 큰 물을 가지고 더 큰 에너지를 갖게 했다.

또한 옥스포드대학의 왕립협회 연구원인 팀 팔머(Tim Palmer)에 의하면 환경연구원들은 최근 대서양에서의 강한 온난화로 인해 중위도 지역에서 여름철 대기 순환이 상당히 둔화된 것을 발견했다. 이로 인해 하비의 이동속도가 저하되고 한 지역에 수일 간 강한 폭우를 뿌리게 됨으로써 더 많은 피해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과학계는 최근 3년간 기상은 이전에 보지 못한 현상을 나타내고 있으며, 대기 중의 이산화 탄소량 또한 4년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온난화된 기후는 앞으로 인류에게 극심한 폭염과 그로 인한 가뭄, 극단적인 폭풍과 홍수를 더 자주, 더 강하게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으며, 이것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지언 기자] 2017-09-0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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