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대원 출신국가별 순위 2위 러시아_대다수 북카프카즈 출신

지난 해 6월 29일 국가 수립 선언 이후 시리아와 이라크 국경지역에서 맹렬히 팽창하며 위세를 떨치고 있는 수니파 극단주의 이슬람무장단체 IS(The Islamic State)에 100여개 국 출신 약 2만 명의 용병이 가담하고 있으며 외국인 가입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IS 진영에 가담해 전투 중인 용병들의 출신 국가별 통계로 볼 때 튀니지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러시아이며  이 수치는 지난 해보다 2배로 증가한 것이라고 러시아 정보기관이 밝혔다. 사실 러시아 국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러시아정교회(Russian Orthodox)의 기독교적 문화 배경을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러시아가 이슬람 극단주의와 연계되어 맹위를 떨치게 된 것일까? 이유는 다름 아니라 러시아 국적의 이슬람주의자들의 대다수가 러시아 남서부의 북카프카즈 출신의 무슬림들이기 때문이다.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 카프카즈 산맥을 중심으로 유럽과 아시아가 만나는 지점이면서, 러시아 정교회배경의 기독교 문화가 남하하고 페르시아 및 아랍의 이슬람 문화가 북상하면서 충돌하는 곳이 바로 이 카프카스 지역이다. 카프카즈 지역은 18세기 말과 19세기에 러시아에 흡수되어 이후 소련의 통치하에 있다가,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면서 카프카즈 산맥의 남쪽 트랜스 카프카즈 지역에는 3개의 독립국가(아제르바이잔, 조지아_이전의 러시아식 명칭은그루지야, 아르메니야)가 들어선 반면, 카프카즈 산맥 북쪽지역은 170여개의 소수민족들이 여전히 러시아의 지배를 받고 있어 가히 ‘인종의 전시장’이라 불릴만 한 곳이다.

북카프카즈의 종교적 배경

예수님의 제자 바돌로매와 다대오가 트랜스 카프카스 지역에서 사역하였다고 전해지기도 하고, 3세기경 북카프카즈 지역에 그리스정교회 감독관구가 존재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볼 때, 북카프카즈 지역에는 일찍부터 기독교가 전해진 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기독교 배경의 러시아와 이슬람제국 등의 주변 강대 세력들 사이에서 독자성을 유지하기 원하여 유대교를 표방했던 9세기의 하자르 왕국 치세에는 지배층을 중심으로 많은 유대교도들이 분포했으며, 천둥번개를 주관하고 여행자를 보호한다는 ‘와스터르쥐’를(후에 정교회 신앙에 흡수되어 성 게오르기가 됨) 주로 신봉하던 오세틴 민족처럼 이교적 신앙을 배경으로 가진 사람들도 많았다.

반면 이슬람은 7세기 아랍인들의 정복전쟁 과정에서 트랜스 카프카스 지역에 처음으로 소개되었고, 그 후 11세기에 셀주크인들이 이주해 오면서 본격적으로 확산되었다. 12-13세기에는 몽골의 킵차크 한국이, 16-17세기에는 크림한국과 오스만제국이 각 각 이슬람을 광범위하게 확산시켰다. 18세기에는 낙슈반디아 교단(이슬람 종파 가운데 수피 종단의 하나)이 다게스탄(38개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북카프카즈 지역 카스피해 연안의 자치공화국)에 소개되기도 하였다. 카프카즈의 이슬람학자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와 메디나에서 수학하고 시리아 다마스커스와 알레포에서 교사생활을 하면서 울라마 및 수피와 국제적인 유대를 갖게 되었다.

러시아-카프카즈 전쟁

그러나 러시아의 지배가 시작될 무렵만 해도 카프카즈의 무슬림은 150만 명 정도로 카프카즈 전체 인구의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런데 특별히 종교적으로 우위를 점하는 세력을 논할 수 없던 이 지역의 수 많은 민족들의 이슬람화에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사건이 바로 러시아-카프카즈전쟁이다. 아직 민족적 인식이 부재하던 당시에 부족 형태로 마을을 이루고 살던 다양한 인종적 배경을 가진 주민들이, 기독교적 문화 배경의 러시아에 대항하기 위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이슬람에서 찾으려 한 것이다. 당시 저항을 이끌던 중심세력이 이맘 샤밀 등 무슬림 귀족들이었고, 이 저항 과정에서 이슬람으로의 집단 개종이 일어났다.

또 북카프카즈 지역의 민족들 안에 러시아에 대한 반감은 역사 속에서 수차례 고조되어 왔는데, 2차대전 말 전쟁의 어려움을 겪고 있던 스탈린 정권이 소련으로부터 이탈 가능성을 가진다고 보이는 국경지역의 몇몇 민족들을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시킨 것이 그 중 하나이다. 독일군에 협조했다는 누명을 쓰고 체첸과 잉귀쉬 민족 50만여명이 강제이주를 당하는 과정에서 시베리아의 혹한 속에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24만명이 죽어갔다. 투르크 계열의 언어를 사용하는 발카르 민족과 까라차이 민족도 강제이주 대상이었는데, 이들은 중앙아시아 지역에 조금 먼저 이주 당하여 정착하고 있던 고려인들의 도움을 받아 이 때 북카프카즈 민족들 사이에 고려인에 대한 호감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강제이주 당했던 북카프카즈 민족들에게 다시 귀환명령이 내려졌을 때 고향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고려인들이 ‘산이 있고 강이 흐르고 농사 지을 땅이 있는’ 북카프카즈까지 함께 가게 된다.

그리고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는 시점에, 북카프카즈 지역을 놓칠 수 없는 러시아와 독립을 원하는 체첸 사이에 두 차례에 걸친 전쟁(94-96년, 99-07년)이 일어나게 되었다. 전쟁의 결과는 참혹한 파괴였고 세계 언론은 이 전쟁을 가리켜 ‘인종청소전’이라고 맹비난했다. 전쟁을 치르는 동안 체첸의 러시아에 대한 반감은 극에 달했고, 이와 맞물려 소련공산당 통치 시에 억압당했던 ‘종교의 자유’를 찾게 된 이후 북카프카즈의 민족들은 빠르게 이슬람 정체성을 회복해 갔다.

체첸공화국의 수도 그로즈니 시 중심부의 이슬람 사원

저항으로 택한 이슬람

대체로 북카프카즈 서부지역은 세속적인 반면, 러시아에 대한 민족적 반감이 심한 동부지역의 체첸, 잉귀쉬, 다게스탄은 이슬람이 더욱 강하다. 그런데 북카프카즈 지역 무슬림들 가운데는, 이슬람을 ‘알고 믿는’ 이들보다 ‘러시아인의 종교가 싫어서 조상들이 선택한 이슬람을 믿고 있는’ 이들이 훨씬 많다. 민족들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꾸란을 읽어보기는 커녕 가지고 있지도 않으며, 중동의 이슬람 교육기관에서 유학하고 온 극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이슬람 교육보다 반기독교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은 이들이 많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슬람 근본주의’ 부흥을 꿈꾸는 세력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 전쟁으로 성한 건물이 한 채도 남지 않았던 체첸의 수도 그로즈니에는 유럽에서 가장 큰 이슬람 사원이 2010년 개원하였고, 그 보다 더 큰 규모의 이슬람 사원을 잉구쉬에 건축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청년들이 캠퍼스 안에 꾸란을 연구하는 동아리들을 만들고, ‘전도 초청 잔치’ 형태의 모임들을 만들어 근본주의 이슬람 전파에 힘쓰고 있다. 그리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신음하는 시골 청년들을 IS 등 극단주의 이슬람 테러단체들로 끌어들여 ‘돈 받고 테러에 뛰어들’도록 유혹하고 있다. 또 낙슈반디아 교단 등 수피 성향이 강했던 북카프카즈 지역에서 수피적 움직임을 뿌리뽑기 위해 와하비(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이 완력으로 사원을 차지하고 “기도로 병자를 고친다”고 소문이 자자했던 이슬람 선생을 그 사원에서 쫓아내는 사건도 있었다. 그러면서 이들은 민족적 감성 수준의 이슬람을 뛰어넘자고 신앙심에 호소하고 있다.

한(韓)민족을 변화시킨 능력의 복음을!!

세계교회 가운데 어느 민족이 식민지의 경험과 약소민족으로서의 설움과 내전의 아픔과 가부장적 사회의 억압된 문화를 한국교회 성도들 만큼 이해할 수 있을까? 심지어 강제이주의 시간마저 공감하며 친밀감을 형성하게 된 것이 과연 역사 속의 에피소드이기만 한 것일까? 한국 민족이 경험한 많은 아픔들이, 북카프카즈의 민족들을 구원하기 위해 하나님의 손에서 좋은 재료로 변화되고 있다. 무엇이 진리이고 어떤 것이 영원한 소망이 될 수 있는 지 들어볼 기회를 갖지 못해서, ‘러시아인들을 구원하는 신이라면’ 민족적 반감 때문에 선택할 수 없었던 북카프카즈 민족들에게, 한국 민족을 변화시킨 능력의 복음을 전하는 영광스러운 사명을 바로 한국교회가 감당해야 한다.

IS가 건국 선언 1주년을 내세워 ‘1주년 기념 총공세’를 벌이지 않을까 예상되는 이 때에, 이슬람으로서의 영성이 최고조에 달하는 라마단 금식기간을 바로 앞두고 있는 지금, 복음을 전해주는 자가 없어 듣지 못하는 북카프카즈의 무슬림들을 놓고 한국교회가 간절히 기도해야 한다.

백교회 선교사

<고려인 강제이주 관련 사진 출처: 동북아평화연대 관련자료집>

 

[입력: 2015-06-16 @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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