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일치성명서 동성애 입장 표명 보류 "지지도 반대도 아니다"

WCC(세계교회협의회) 부산 총회에서 지난 6일, 제10차 총회 ‘일치 성명서’ 개정안이 공식 문서로 채택 선언되었다. 그러나 성명서에 논란이 됐던 ‘동성애’ 관련 내용은 결국 들어가지 못했다.

이번 일치 성명서 초안은 지난 1일 총회 현장에서 공개되어  총대들의 의견수렴 및 수정 작업을 거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동성애 관련 내용에 대한 총대들의 뜨거운 논쟁이 발생하면서 초안채택이 보류되었다. 이후 수정을 거쳐 이날 최종개정안이 공개됐지만, 동성애 관련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로인해 일치 성명서 채택에 대한 일부 총대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결국 총회에서 동성애반대가 배제된 최종 개정안을 공식문서로 채택했다.

WCC비판자들이 제기한 동성애와 종교다원주의에 관한 WCC의 입장은 총회 시작 전부터 논쟁의 화두였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총대 뿐 아니라 지지하는 총대들도 총회 시작부터 WCC의 공식입장 표명을 요구해왔다. 지난 1일, 일치 성명서 초안토론 중 힐라리온 주교(Hilarion·러시아정교회 대회협력위원장)는 "동성 결혼이 성경적 가족관을 파괴하고 있다"며 "일부 교회와 국가가 동성 결혼을 허용하고 있다며, 이러한 비성경적 세속주의에 맞서 세계 교회가 답해야 한다. 이러한 응답이 WCC가 해야 할 중요한 임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많은 총대들의 반대가 있었다. 캐나다 연합 감리교 소속 조던 목사(Jordan Cantwell)는 "성 소수자를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것이 우리 사회의 분열을 초래하고, 약자들을 주류에서 몰아내는 것"이라며 "WCC 공식 문서에는 성 소수자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이번 기회에 (지지)입장 표명을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WCC는 이번 성명서에는 동성애 문제에 대하여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치 성명서 공개 후 WCC가 사실상 동성애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섞인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의혹은 일치성명서 작성 과정에서 동성애에 대한 찬반논쟁으로 인해 채택이 미뤄진 사건과 지난 10월30일 울라프 트베이트(Olav Fykse Tveit) 총무의 "(WCC는) 동성애에 대하여 지지도 반대도 하지 않는다"는 발언 이후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이번 WCC총회장에 유러피안 포럼 LGBT 부스가 설치된 것이다. LGBT란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바이섹슈얼(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의 이니셜을 합친 말로 성소수자, 즉 동성애자들을 뜻한다.

▲현재 WCC 총회장에서 운영 중인 LGBT(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부스.이곳에서는 청소년 동성애자들의 쉼터를 위한 모금활동도 진행되고 있다.ⓒ Missiontoday

그 동안 이들을 위한 국제적 연대를 통해 동성애 규범화 국제운동을 전개해왔다. 이번 WCC총회 대회 프로그램에 공식적으로 동성애지지 그룹이 참여하여 LGBT 포럼을 열고 또 공식적으로 홍보부스를 설치한 것은 WCC 제네바 본부의 허락을 통해 제9차 포르투알레그레 총회부터 시작되어 이번 총회까지 이어진 것이다.

현재 LGBT 공동회장이며 이번 WCC총회에 참석한 헬렌 데 부어는 레즈비언으로서 동성과 결혼한 네덜란드의 여성이면서  크리스찬이다. 그녀는 필리핀, 독일 등지의 동성애자들과 LGBT 홍보부스를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이 부스에서는 청소년 동성애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쉼터 마련을 위해 모금활동(Rainbow teen safe space fundraiser in Korea)도 병행하고 있다.

WCC가 이번에도 사실상 동성애 반대를 철회함으로써 앞으로 세계교회에 동성애 지지 교단들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최대 장로교단 PCUSA는 동성애 목회자도 허용되고 있다.

 

미션투데이 유 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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