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인근의 학교에서 벌어진 폭탄테러 희생자가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사진=Rahmat Gul/AP)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 서부의 샤예드 알샤하다 고등학교에서 8일 저녁(현지시간) 차량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68명이 숨지고 165명이 다쳤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번 테러는 20년간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했던 미군이 오는 9월, 911테러 20주기 전까지 전원 철수하겠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으로 이달부터 공식 철군이 시작된 지 8일만에 벌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테러가 여성들을 타깃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3교대 수업을 진행하는 샤예드 알샤하다 고교는 여학생과 남학생이 교대로 수업을 받는데 테러가 일어난 2교대 시간대는 여학생들의 수업시간이었고 부상자들도 대부분 여학생이었다.

현재 이번 테러를 주도했다고 선언한 조직은 없으나 아슈라프 가니(Ashraf Ghani)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테러의 주도 세력으로 탈레반을 지목했다. 탈레반은 1996년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장악한 뒤 극단적인 이슬람 근본주의 정책을 펼쳐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다 2001년 아프간 전쟁으로 미군에 의해 축출됐다.

한편 탈레반은 정부 발표를 부정하며 테러 주체를 이슬람국가(IS)라고 주장했다. 2014년 시리아와 이라크 일대를 장악했다 쇠퇴한 IS 또한 숱한 테러로 악명을 떨친 이슬람극단주의 조직이다.

미군과 함께 NATO군도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를 결정하면서 이후 아프가니스탄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탈레반은 미군의 축출 이후에도 여전히 아프가니스탄 국토의 절반 가량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군이 철군하면 이들의 공세가 본격화돼 아프가니스탄이 다시 수렁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실제로 최근 정부군을 향한 공세가 강화되어 지난 4일에는 남부 헬만드주 라슈카르가와 남동부 가즈니, 남부 칸다하르를 포함한 7곳에서 정부군을 상대로 한 대규모 공세가 있었다. 특히 헬만드 지역은 최근까지 미군이 주둔하다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기지를 넘기자마자 탈레반이 반격을 시작했다.

또한 지난 3일에는 남서부 파라주의 정부군 기지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7명이 숨졌고, 지난달 30일에도 로가르주에서 차량 테러가 일어나 30명 가량이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미군과 NATO군이 철수하면 아프가니스탄 상황이 베트남전 종전과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베트남은 미군 철수 후 미군이 다시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 북베트남이 1975년 4월 대대적인 공세를 펼쳐 사이공을 함락시키고 남베트남을 무력으로 통일한 바 있다.

[윤지언 기자] 2021-05-1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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