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일어난 이슬람 사원 총기 테러를 규탄하며 터키 시민들이 성소피아 성당 앞 광장에 운집했다. (사진=REUTERS)

뉴질랜드 이슬람사원 총격 테러의 여파로 터키가 들썩이고 있다. 정부까지 ‘이슬람혐오’를 규탄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발단은 지난 15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의 이슬람 사원 두 곳에서 총기를 난사해 50명을 살해한 브렌턴 태런트(Brenton Tarrant)의 공개 선언문 내용으로부터 시작됐다.

태런트는 “성소피아의 미나렛(이슬람사원 첨탑)이 없어질 것이며 콘스탄티노플이 정당하게 다시 기독교의 것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자극을 받은 터키 보수 이슬람 단체들은 사건 발생 하루 만에 성소피아 성당 앞으로 나와 “성당을 다시 이슬람 사원으로 개조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성소피아성당은 15세기에 콘스탄티노플(옛 이스탄불)이 오스만제국에 의해 이슬람사원으로 개조되기 전까지 약 1천년간 동방 기독교의 본산이었다. 현재 성소피아 성당은 박물관으로 전환된 상태이나, 최근 정부의 노력으로 이슬람 색채를 되살리고 있다.

이러한 여파는 정치권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오는 3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터키는 이슬람 보수층의 결집을 위해 대통령까지 나서서 사건을 언급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ğan) 터키 대통령은 지난 17일 유세 과정에서 해당 사건의 편집 영상을 공개하면서 “이번 테러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조직적인 행동"이며 "이슬람포비아(islamophobia, 이슬람혐오) 캠페인의 일종"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으로 부상 당한 터키 국민 3명 중 한 명과 대화한 내용을 언급하며 “태런트는 용납 불가한 살인자이며 터키와 터키 국민을 겨냥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뉴질랜드 측은 터키 정치권이 이번 테러를 정치화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에르도안 대통령이 선거 운동에 이 사건을 재차 거론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한편 이슬람협력기구(OIC)는 오는 22일 뉴질랜드 테러를 논의하는 긴급 외무장관회의를 터키에서 열기로 했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 사원에서 총격으로 사망한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초들 (사진=Vincent Thian/AP)

[최인애 기자] 2019-03-20 @00:41

저작권자 © 미션투데이(Missio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