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경매로 지난 11월 3일 결혼한 남수단의 16세 소녀 느얄롱(좌)과 남편 코크 알랏(우) (사진=facebook)

남수단에서 16세 소녀가 경매를 통해 신부로 팔려갔다. 조혼 자체도 문제지만, 이 경매가 세계 최대의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페이스북에서 이루어져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어린이 인권단체 등은 “기술의 야만적 사용”이라고 비난했다.

CNN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에 남수단에 사는 16세 소녀 느얄롱(Nyalong)과의 결혼을 경매에 부친다는 글이 게시됐다. 어린이 인권단체인 플랜 인터내셔널(Plan International)에 따르면 소녀는 5명의 남성들에 의해 경매에 부쳐졌다. 입찰자 중 일부는 남수단의 고위급 정부 관리들이었다.

느얄롱의 가족은 페이스북에 글을 게시할 의도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저 누군가가 사진을 찍어 올렸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게시글은 순식간에 퍼져 나갔고, 지참금 논의가 이어졌다.

경매는 6일간 지속됐다. 경매에 입찰한 남성들 이외에 페이스북 사용자들 또한 소녀에게 지참금을 얼마나 줄 것인지 논의했다. 느얄롱은 최고 금액을 제시한 사업가 코크 알랏(Kok Alat)과 지난 3일 결혼식을 올렸다.

코크 알랏이 소녀의 가족에게 준 결혼 지참금은 소 500마리, 자동차 3대, 1만 달러(약 1130만원)로 약2억 5천만원 정도였다. 가족들은 자신들이 올리지 않은 경매 게시글로 큰 이익을 얻었다.

CNN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해당 게시글의 존재를 11월 9일에 알게 됐고, 즉시 삭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참금을 논하는 또 다른 게시물은 11월 23일까지 여전히 살아 있었다.

운동가들은 이 경매가 딸의 결혼지참금을 더 많이 받으려는 다른 가정들이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도록부추길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플랜 인터내셔널의 남수단 담당자인 조지 오팀(George Otim)은 “지금과 같은 발전된 사회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를 통해 조혼을 위한 경매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이 야만적인 기술의 사용은 구시대 노예 시장을 연상시킨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남수단의 인권변호사 필립 옹(Phillips Ngong)은 “18세 미만의 미성년자와의 결혼은 남수단에서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입찰에 참여한 사람 중 고위 관리가 있다는 것은 권력에 의한 결혼법의 직접적이고도 심각한 위반이다.”라고 지적했다.

남수단 여성변호사 연맹(NAWL)의 수지 나타나(Suzy Natana)는 “이 지역에서 보고된 가장 높은 신부 가격이다. 그러나 소녀의 어머니는 이 일을 기뻐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페이스북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게시물, 페이지, 광고, 단체 등 어떤 형태의 인신 매매도 페이스북에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회사 대변인은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으며, 글을 쓴 사람의 계정을 페이스북에서 영구적으로 삭제했다고 말했다.

플랜 인터내셔널은 남수단 정부에 성명서를 제출했다. 성명서에서 “어린이의 결혼은 심각한 인권 침해이며 소녀들에 대한 폭력의 한 형태다. 그것은 아이들의 생존, 건강, 교육, 개발 및 행복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종종 그들의 의지와 이익에 반하여 행해진다.”고 비판했다. 또한 경매에 관련된 관계자들을 조사하고 조혼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유니세프(UNICEF)의 2017년 11월 통계에 따르면, 남수단 여성의 52%가 18세 이전에 결혼한다. 유니세프는 이 나라의 심각한 가난, 불안정, 남녀 차별로 인해 조혼과 지참금 지급의 풍습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조혼은 비단 남수단만의 일이 아니다. 18세 미만 여성의 결혼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니제르로 76%가 이에 해당된다. 뒤이어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이 68%, 차드가 67%, 방글라데시가 59%, 부르키나파소, 기니아, 말리, 남수단이 52%로 조혼의 비율이 높은 국가다.

[윤지언 기자] 2018-11-2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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