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서아시아] ‘아시아 비비’ 지키기에 실패한 파키스탄 정부

아시아 비비의 무죄 판결이 나오자 파키스탄의 강경 이슬람주의자들은 판결에 불복하고 아시아 비비의 사형을 촉구하며 거리 시위에 나섰다. (사진=AP/Fareed Khan)

아시아 비비의 무죄 판결이 나오자 파키스탄의 강경 이슬람주의자들은 판결에 불복하고 아시아 비비의 사형을 촉구하며 거리 시위에 나섰다. (사진=AP/Fareed Khan)

파키스탄에서 ‘신성모독죄’로 사형을 선고 받고 8년간 복역하던 기독교인 여성 ‘아시아 비비’(Asia Bibi)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진 후 파키스탄 무슬림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나서자 파키스탄 정부가 “아시아 비비의 출국금지와 재평결”을 하기로 이슬람주의자들과 협상했다. 이에 파키스탄 정부는 이슬람주의자들의 강경한 요구에 법원의 판결조차 이행하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한편, 아시아 비비와 그녀의 가족 및 변호인 등은 파키스탄 정부가 자신들의 신변을 보호해 주지 못하자 유럽, 미국, 캐나다 등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했다.

AP 등 다수의 외신에 따르면, 지난 31일 파키스탄 대법원은 신성모독죄로 사형을 언도 받았던 아시아 비비에게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최종 무죄를 선고하고 석방을 명령했다.

그러자 파키스탄의 강경 이슬람 교도들은 즉각 격렬한 항의에 나섰다. 이슬람 정당인 테리크-이-라바이크(Tehreek-e-Labbaik Pakistan. TLP)는 라호르(Lahore) 등 주요 도시의 도로를 3일간 봉쇄하고 시위를 주도했다. TLP는 비비를 교수형에 처해야 하며, 그녀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사를 살해해야 한다고 외쳤다. 또한 임란 칸(Imran Khan) 총리를 이슬람의 원수로 지목했다.

지난 3일, 3일간의 시위 후에 파키스탄 정부가 ‘비비를 출국금지 명단에 올리고 재평결을 열겠다’고 협상한 뒤에야 TLP는 시위를 중단했다.

AP에 따르면, 시위 기간 중에 여러 폭력 사태와 불법 행위가 이어졌다. 나얍 하이데르(Nayab Haider) 경관은 시위 장면을 찍은 비디오를 분석해 폭행, 절도, 고속도로 차단 등과 같은 범죄와 관련된 사람들을 색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일까지 방화, 공공 기물 파손, 폭력 등의 혐의로 체포된 사람이 150여 명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비비의 변호사 사이풀 물록(Saiful Mulook)은 재평결을 위해서는 자신이 살아남아야 한다며 유럽으로 피신했다. 비비의 남편인 아시크 마시(Ashiq Masih) 또한 미국, 영국, 캐나다 정부에 망명을 요청하며 신변 보호를 호소했다.

[윤지언 기자] 2018-11-0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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