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제주출입국 외국인청은 17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9월 1차 심사에서 인도적 체류를 허가받은 23명을 제외한 458명에 대한 2차 난민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제주 예멘 난민 신청자 481명을 대상으로 한 1,2차 심사 결과 75%에 달하는 362명이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았다. 2차 심사에 따르면 인도적 체류허가는 339명, 단순 불인정은 34명, 심사결정 보류는 85명으로 난민 인정자는 한 명도 없다.

제주출입국 외국인청에 의하면, 이들은 △난민심사 전담 공무원 면접 △면접 내용에 대한 국내외 사실검증 △국가정황 조사 △테러혐의 등 관계기관 신원검증 △엄격한 마약검사 △국내외 범죄경력 조회 등의 심사 과정을 거쳤으며, 다수의 중동 전문가 등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한 뒤 인도적 체류 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제주출입국은 현재 예멘의 심각한 내전 상황과 경유한 제3국에서의 불안정한 체류와 체포, 구금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들을 추방할 경우 339명의 생명 또는 신체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인도적 체류 허가를 결정했다.

인도적 체류가 허가된 이들에게는 1년의 체류기한이 부여되며, 제주도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한 출도 제한조치가 해제된다. 다만 체류지를 변경할 경우 전입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체류지 변경 신고를 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출입국 관리법에 따라 처벌된다.

이들이 국내에 체류하는 동안 예멘 국가정황 등을 지속 관찰하며, 만일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정도로 국가정황이 좋아지거나 국내외 범죄사실이 발생 또는 발견될 경우에는 체류허가가 취소되거나 더 이상 연장이 불가능하다. 체류하는 예멘 난민들에 대해서는 한국어와 사회통합프로그램 교육을 실시하고 안정적인 정착과 자립을 위한 지원이 이뤄진다.

제주출입국 외국인청의 이 같은 결정이 발표되자 난민 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찬반이 극명하게 갈렸다.

난민을 찬성하는 단체들은 “난민 심사 결정을 받은 373명 중 난민 인정자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당혹스럽다”며 “난민협약상 사유와의 관련성을 고려한 구체적인 개별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단체들은 “난민은 정무적 고려 속에 활용될 대상이 아니라 명확한 보호의 대상”이라며 “난민심사는 난민협약 및 기타 국제인권법령을 준수하는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인도적 체류허가를 내준 것을 반대하는 청원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제주 예멘난민 체류허가를 반대한다”며 “국민들이 그토록 반대 청원을 한 것을 보지도 못했는가”, “세금이 아깝다”, “선진국도 하지 않는 지원하지 말고, 자국민의 혈세로 생색내지 말라”는 항의글이 쇄도했다. 또한 “정부는 국민의 소리를 무시하고 이들에게 체류 허가를 하여 전국 어디든 갈 수 있게 했으며, 이러한 행위로 앞으로 한국에 더 큰 분란이 발생할 상황을 만들었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체류가 불허된 34명 중에는 제3국에서 출생한 후 그곳에서 계속 살아 왔거나 외국인 배우자가 있는 등 제3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음에도 경제적인 목적으로 한국으로 와 난민 신청을 한 것으로 판단되는 자 외에 예멘 사람들이 즐기는 마약인 카트 양성 반응 등 범죄혐의가 밝혀져 국내체류가 불허됐다. 특히 제주도에서 난민신청자가 마약을 섭취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제주도민들은 동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총기 사진을 SNS에 올린 예멘인이 체류 허가를 받았다는 지적에 대해 법무부는 “총기가 미국 이상으로 일반화돼 있는 문화적인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까지 다 고려하여 심층적으로 추가 면접을 통해 위험여부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의견이 팽배한 가운데 어선원으로 취업해 출어 중이거나 일시 출국해 면접을 하지 못한 16명과 추가 조사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69명 등 심사 결정이 보류되었던 85명에 대한 조사 후 인도적 체류 허가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난민대책 국민행동과 제주난민대책도민연대가 지난 달 22일 이슬람 가짜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난민대책국민행동/제주난민대책도민연대)

반란군이 장악한 예멘의 항구도시 호데이다(Hodeida)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예멘 어린이(2018년 1월 16일). UN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약 40만 명의 예멘 어린이들이 심각한 영양실조에 걸렸다. (사진=AFP/ABDO HYDER)

[제주=김향기 객원기자] 2018-10-1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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