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대학교 입구에 설치된 안면인식 카메라 앞에 한 학생이 서 있다. 베이징대학교는 정문, 도서관, 강의실, 기숙사, 체육관, 컴퓨터센터 등 교내 시설 입구에 이같은 카메라 20여 대를 설치했다. (사진=South China Morning Post/Simon Song)

중국 최고 명문대학이라고 불리는 베이징(北京북경)대학교(Peking University)의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학교 시설 출입을 위해 학생증이나 직원증을 제시하는 대신 시설 입구에 설치된 카메라 앞에 선다. 카메라는 이들의 얼굴을 찍어서 안면인식 시스템으로 이들의 신원을 확인한다. 인식이 되지 않는 사람들은 경비실에서 얼굴 사진을 찍고 등록을 마치고서야 출입을 허가 받는다. 외부인의 출입은 제한되어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SCMP)는 베이징대 시설 입구에서 볼 수 있는 이 같은 풍경을 소개했다. SCMP에 따르면, 베이징대는 지난 6월부터 안면인식 시스템을 시범 운영했다. 이번 학기 신입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가장 먼저 ‘얼굴’을 ‘등록’했다.

안면인식 카메라는 정문뿐 아니라 도서관, 강의실, 기숙사, 체육관, 컴퓨터 센터 등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시설 입구에 20여 개가 설치됐다. 학생들은 흥미로워 하기도 하고, 학생증이나 직원증을 잃어버려도 걱정이 없어 편리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중국의 많은 일류 대학들은 일반 대중들이 캠퍼스를 방문하는 것을 제한하거나 금지하고 있다.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신분증을 제시하여 신원을 증명해야 한다. 그런데 이제 이들 일류 대학에서 신분증을 제시할 필요가 없어졌다. ‘얼굴’이 곧 ‘신원’이기 때문이다.

북경대 홈페이지에 게시된 안면인식 시스템 구축과 관련한 안내에 따르면, 학생 및 교직원 안면인식은 경찰이 사용하는 것과 같이 스캔한 얼굴 이미지와 일치하는 사진을 수십만 장의 사진 데이터베이스에서 찾아내는 방식이다.

베이징대학교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북경사범대학교(Beijing Normal University)에도 안면인식 시스템이 도입됐다. 학생들은 교내 출입을 위해 얼굴을 인식하고, 자신의 이름을 불러야 한다. 전국에서 온 학생들의 억양에 따라 이 시스템은 26개의 중국 방언을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안면인식 시스템의 학교 도입은 여러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 5월, 중국 동부의 한 중학교는 얼굴 인식 카메라를 사용하여 30초마다 매 학생들의 얼굴을 찍었고, 이를 분석하여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이것이 알려지자 인권 침해에 대한 거센 논란이 일었다.

SCMP에 의하면, 안면인식 시스템은 중국 생활 전반에서 매우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중국의 엄청난 인구와 중앙집중식 ID 데이터베이스 덕분에 이 시스템은 벌써 중국 생활의 일부가 됐다. 중국 정부는 인권 침해 등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 분야에서 세계 리더가 되려는 야망의 일환으로 이 기술을 지원하려 애쓰고 있다.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은 금융, 운송 및 소매업뿐 아니라 경찰이 범죄 용의자를 확인하여 체포하고, 무단횡단 등 공공 규칙을 어기는 사람을 확인하는 데에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또한 신장 자치구 내의 이슬람교를 믿는 소수민족인 위구르 족을 추적하는 데에 수 만 대의 안면인식 카메라를 설치한 것을 두고, 인권단체들로부터 국가 감시 체제를 구축하려 한다는 강한 비난을 받았다.

[윤지언 기자] 2018-09-03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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