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콜로라도 레이크우드에 있는 마스터피스 케이크샾의 주인인 제빵사 잭 필립스. (사진=REUTERS/Rick Wilking)

미국 대법원이 동성결혼 웨딩 케이크를 만들기를 거부한 제빵사의 편을 들었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4일 미국 대법원은 동성결혼 웨딩케이크 제작을 거부했다가 동성커플에 의해 소송에 휩싸여 지난 6년 간 법정 투쟁을 벌여 왔던 잭 필립스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한 것이라며, 잭의 손을 들어 줬다.

2012년 7월, 미국 콜로라도(Colorado) 주에서 마스터피스 케이크샾(Masterpiece Cakeshop)을 운영하고 있는 잭 필립스(Jack Phillips)는 한 게이 커플이 요청한 웨딩케이크 주문 제작을 자신의 기독교적 신앙에 의해 거절했다. 그에게 케이크를 주문했던 동성 커플 찰리 크레이그(Charlie Craig)와 데이비드 멀린스(David Mullins)는 즉각 필립스를 콜로라도 인권위원회(Colorado Civil Rights Commission, CCRC)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갔고, 지난 4일 미국 대법원 판결위원회의 표결 결과 7:2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며 필립스의 거부권을 인정했다. 이로써 잭 필립스는 6년만에 승소했다.

앤서니 케네디 판사(Anthony Kennedy)는 CCRC가 잭 필립스의 종교적 신념에 대해 ‘적대감’을 보였다고 말하면서, CCRC에 반 차별 교육을 받을 것을 명령했다.

케네디는 판결문에 “법과 헌법은 동성애자와 동성 커플의 시민권을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동성 결혼에 대한 종교, 철학적 반대 또한 표현의 형태로서 보호 받아야 할 시각이다”라고 기재했다. 또한 "법원의 선례는 대중에게 봉사하는 사업의 소유자로서의 제빵업자가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법률에 의해 제한된 자유로운 종교 행사 권리를 가질 수 있음을 분명히 한다"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필립스의 사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향후 종교적 신념 대신에 차별금지법을 적용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

멀린스는 이에 대해 “이것은 광범위한 판결이 아니며, 콜로라도의 차별 금지법이 무효화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크레이그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6년 전으로 다시 돌아간다 해도 우리는 똑 같은 과정으로 투쟁할 것이다”라면서 “우리는 이러한 이슈에 대한 전국적인 관심을 이끌어냈다. 그것이 중요한 성과다. 우리의 사건은 이로써 끝났지만, 앞으로 다른 종류의 판결이 나오게 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Donald Trump Jr.)는 이 결정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김이 있었으며, 편향적이었다’고 주장한 언론을 조롱했다. 그는 트위터에 “7:2이다. 2표가 반대했다. 편향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트위터의 비평가들 또한 “이것은 편협한 결정이 아니라 합법적인 결정이다”라고 지적했다.

법무부 장관 제프 세션스(Jeff Sessions)는 “첫번째 법률 개정안은 정부가 종교적 신념에 근거하여 시민들을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대법원은 콜로라도 인권 위원회가 필립스의 종교적 신념에 대해 관용과 존경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결론을 올바르게 내렸다”고 평가했다.

보수주의 싱크탱크인 미국의 원칙 프로젝트(American Principles Project)의 테리 실링(Terry Schilling) 행정국장은 “이번 판결은 잭 필립스 및 그들의 신앙을 따르고자 하는 모든 미국인들에게 커다란 승리다. 뿐만 아니라 지난 10년 동안 만연해온 반(反)기독교적 제도화에 대한 비난이다”라며 이번 판결을 환영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잭 필립스의 사건에서는 그의 손을 들어 주었지만, 다른 기업들이 앞으로 자신들의 신념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 등 전체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지적도 있다. 판결문에도 “광범위한 적용은 법률이 더 정교화되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명시됐다.

따라서, 앞으로 이와 유사하게 종교적 신념으로 인해 소송 중인 다른 사업가들에 대해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리게 될지, 또 이번 판결이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미국 대법원에는 동성결혼을 위해서 꽃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한 플로리스트 등 비슷한 사건들이 계류 중이다.

[윤지언 기자] 2018-06-08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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