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남부 체첸공화국의 수도 그로즈니의 성 미카엘 대천사 교회 앞에 서 있는 경찰들. 19일 4명의 무장세력이 이곳에서 인질극을 벌이려다 경찰과의 총격전으로 사살됐고, 이 과정에서 경찰 2명과 신도 1명도 사망했다. (사진=Musa Sadulayev/AP)

러시아연방 체첸공화국의 러시아 정교회에서 무장세력에 의한 총기 공격이 발생해 신도 1명과 경찰 2명, 무장세력 4명 등 총 7명이 사망했다.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Investigative Committee of Russia)에 따르면 체첸공화국의 수도 그로즈니(Grozny) 중심에 위치한 성 미카엘 대천사 교회(St. Michael the Archangel's Church)에 19일, 4명의 무장괴한들이 난입해 인질극을 시도했고, 경찰과의 총격전으로 4명 모두 사살됐다고 뉴욕타임즈(NYT) 등이 전했다. 진압과정에서 정교회 신도 1명과 경찰 2명도 사망했다.

이들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와의 관련성 여부는 명확하지 않으나, 체첸은 이슬람국가(IS)에 충성을 맹세한 사람들을 포함하여 과거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공격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

지난 2014년과 2017년 그로즈니에서 있었던 두 차례 공격은 IS와 연관되어 있었다. 2014년 그로즈니 중심에서 발생한 테러로 적어도 20명이 사망했고, 2017년에는 러시아 군대를 상대로 한 공격이 감행됐다.

그러나 체첸에 있는 교회에 대한 공격은 거의 발생한 적이 없다. 우선 체첸 전역에 교회가 거의 없으며, 그로즈니 시에도 성 미카엘 대천사 교회가 유일한 교회이다. 그리고 교회들은 체첸 군대의 보호를 받고 있다.

NYT에 따르면, 체첸을 비롯한 러시아 무슬림 지역의 남성과 여성들은 IS가 세력화 되었을 당시,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IS 전사로 활동했고, 현재 그 지역 대부분에서 IS가 패퇴하자 수십 명이 고향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로즈니(Grozny)에는 한때 상당수의 러시아인 기독교 인구가 있었다. 그러나 이들 중 대부분은 1991년 구소련 붕괴 후 벌어진 1990년대 두 차례의 체첸 독립 전쟁 중에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 토요일에 공격 당한 성 미카엘 대천사 교회는 이 도시의 중심에 있다.

체첸공화국의 수장인 람잔 카디로프(Ramzan Kadyrov)는 인질극을 벌인 괴한들이 소총과 권총, 칼과 도끼, 수제 폭발물로 무장했으며, 무장 괴한 중 한 명이 그로즈니 외곽 거주자였다고 말했으나 범인들의 자세한 인적 정보는 밝히지 않았다.

카디로프는 토요일 공격에 대한 진압작전을 직접 지휘하면서 “체첸 경내에서 누구든 공격을 시도한 사람은 반드시 응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SNS(텔레그램)에 성명을 발표해 "나는 다시 한번 공격을 감행하려는 자들에게 진지하게 강조한다. 당신들은 그로즈니 주민들과 다른 정착민들의 안전을 훼손하려는 행동을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행하는 사람들은 그 즉시 파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NYT는 이번 공격이 다음 달 러시아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로즈니에서는 월드컵 경기가 열리지 않으나, 이집트 대표팀의 훈련장소로 사용될 예정이다.

러시아 언론사인 모스크바타임즈(Moscowtimes)가 4월에 보도한 바에 의하면, 러시아의 주요 정보기관인 러시아연방보안국(Federal Security Bureau. FSB)은 이미 모스크바에서 월드컵을 겨냥한 일련의 테러 계획들을 파악하고, 공격을 저지했다.

2013년 볼가그라드(Volgograd)에서 발생한 두 차례 테러 공격으로 적어도 34명이 사망했고, 2017년에는 상트 삐쩨르부르그(St. Petersburg)에서 알 카에다가 배후를 자처한 테러가 발생해 11명이 사망했다. 두 곳 모두 이번 여름 있을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도시이다.

한편, 극단주의 감시단체인 시테 인텔리전스 그룹(SITE Intelligence Group)의 보고에 따르면, IS는 올해 초 추종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러시아 내 기독교인들을 납치 살해 하라며 교회를 대상으로 한 테러를 종용하면서 체첸, 잉구쉐티아, 다게스탄 등 특정 지역을 언급한 바 있다.

지난 2월 18일 체첸공화국과 이웃한 다게스탄공화국의 키즐랴르 지역에서 한 남성이 예배를 마치고 나오던 러시아 정교회 교인들에게 총격을 가해 신도 5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IS는 총격 후 이 사건의 배후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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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언 기자] 2018-05-20@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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