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보다 문화, 축제로 자리잡은 터키의 라마단 풍경

라마단은 아랍어로 ‘더운 달’이라는 뜻으로 이슬람력으로 9번째 달에 모든 무슬림들이 금식하며 알라에게 기도하는 시간이다. 신앙고백, 기도, 희생, 성지순례와 함께 이슬람 5대 의무 중 하나인 라마단 금식은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금식을 하고, 그와 더불어 술, 담배 등을 멀리하고 금욕생활을 하며 한 달의 시간을 보낸다.

라마단 첫 날, 터키 이스탄불 블루모스크 앞 광장에 모여 저녁 만찬을 즐기고 있는 수천명의 무슬림들. (2014.06.28) (사진=Ozan Kose/AFP/Getty Images)

터키 역시 인구 중 99%가 무슬림으로 매년 라마단 시작 전부터 상점과 거리는 라마단 준비들로 들썩인다. 라마단 때만 먹을 수 있는 pide라는 빵과 후식으로 먹는 hurma(대추야자열매), 그리고 금식 후 가족이나 이웃들과 함께 먹을 식재료들이 상점마다 가득 차 있다.

평소에는 하루 5번의 기도와 경전 읽기를 하지 않던 형식적인 무슬림들도 라마단이 되면 금식을 하고 무슬림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경전읽기 모임에 참석하고 하루 5번 알라에게 기도를 한다.

평소에는 한산하기만 했던 사원들도 금식이 끝난 저녁에 가족, 이웃들과 기도하기 위해 모여드는 사람들로 붐빈다.

라마단 기간 동안 방송사들은 이슬람 교리 설파와 유명한 이슬람신학자들의 강의로 라마단 특집프로그램을 방영하는데, 평소에는 드라마만 시청하던 여성들도 이 기간이 되면 라마단 특집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자신의 신앙을 다잡는다.

독실한 무슬림들은 해 뜨는 시간부터 해질 때까지 침 한 모금 조차 삼키지 않고 금식에 임하기도 한다. 나이든 노인들은 굳이 금식을 지키지 않아도 되지만, 평생의 금식기간 동안 알라가 자신을 지켜줬기 때문에 목숨이 붙어있는 한, 이 금식기간을 지켜가고 싶다며 노력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해가 지고 사원에서 iftar ezan(금식 후 식사를 알리는 기도)소리가 울리면 마을 전체는 달그락 거리는 숟가락 소리와 그릇소리로 가득하다. 여성들은 하루 종일 금식으로 수고하는 가족들을 위해 낮 시간 동안 금식하면서도 열심히 음식을 만들고, 저녁이 되면 온 가족이 잘 차려진 음식 앞에 모여 앉아서 뉴스와 방송에서 자신의 도시가 금식이 끝났다는 알림이 뜨기만을 기다린다.

그렇게 시작된 식사는 밤늦게까지 이어지고, 잠시 눈을 붙였다가 새벽2,3시가 되면 골목마다 울려 퍼지는 북소리를 듣고 깨어서 금식 전 식사인 sahur를 하고 다시 잠을 청하기도 한다. 골목을 돌아다니며 북을 치는 것은 이제 곧 해가 뜰 것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라마단이 되면 이웃과 친척들 또는 가까운 지인들을 초대하여 식사를 베푸는데 이때의 식사는 거의 잔치 수준이다. 평소에는 먹을 수 없었던 요리와 후식들이 준비되기도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금식을 왜 하는지 물어보면 사람들에게 이렇게 대답한다.

“라마단을 통해 우리는 알라에게 복종하고, 우리가 과거에 지은 죄들과 앞으로 지을 죄들을 사해주시도록 금식하며 기도합니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의 아픔과 배고픔을 함께 하고 알라에게 감사하는 시간들을 가지기도 하죠.”

그러나 이들에게 라마단은 깊은 신앙의 표현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축제와도 같다. 해가 지기 전까지 금식하며 느꼈던 고통과 스트레스를 온갖 맛있는 음식들로 풀어가며 기뻐하는 시간이다. 거리는 금식 후에 쏟아져 나오는 인파들로 새벽이 되도록 붐빈다. 큰 도심과 광장, 공원에서는 라마단을 즐기기 위한 페스티벌과 각종 콘서트들이 진행되고 상점들은 라마단 특수를 노리며 엄청난 할인 공세로 손님들을 유혹한다. 그들이 말했던 것처럼 알라를 더 생각하고, 가난한 이들을 돌아보고 베푸는 시간임을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다. 라마단은 그저 축제처럼 보인다.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맨 앞줄 오른쪽에서 세번째)은 5월 18일 이스탄불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 정상회담에서 미국 예루살렘 대사관 이전과 관련해 이슬람 국가들 간의 협력과 연대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사진=Erdem Sahin/EPA-EFE)

이슬람 리더십국가 표방하는 한편 세속주의와 무신론 확대돼

청년들이 많은 대도시의 도심과 캠퍼스 주변은 해를 거듭할수록 지금이 라마단 기간이 맞는지 구별이 쉽지 않을 정도로 평소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금식을 해야 할 낮 시간에도 거리의 식당과 카페는 평소처럼 손님들로 가득 차 있다.

심지어 공원, 해변 가에는 아무렇지 않게 술을 마시고 진한 애정행각을 벌이는 청년들이 가득하다. 주민등록증 종교란에는 무슬림으로 표기되어있지만 자신은 당당히 무신론자라 말하면서 진화론을 이야기 하고,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숨김없이 떳떳하게 밝히는 청년들도 볼 수 있다. 이들은 이제 이슬람에는 아무런 소망이 없다며, 세상에 소망을 두고 살아간다.

한편,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다가 라마단이 되면 두려운 마음에 금식을 하며 알라에게 기도하는 청년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 역시 금식이 끝난 후에는 여전히 세상 속에서 방황하고 채울 수 없는 공허함으로 허덕인다. 다시금 그들은 다람쥐 쳇바퀴 같이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간다.

이러한 와중에 현재 터키정부는 터키 공화국 100주년을 맞이하는 2023년까지 과거 오스만 제국의 영광을 재건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정치, 종교, 문화, 교육,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를 추구하며 이슬람을 강화시켜가고, 대외적으로는 세속주의 이슬람국가의 모델로서, 중동국가의 리더가 되기 위해 주변국들에 많은 도움을 주면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많은 중동국가들이 터키를 주목하고 있다.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온 많은 청년 유학생들이 있고, 시리아와 이란 난민들 또한 터키로 몰려오고 있다. 최근 미국의 예루살렘 선언 이후 57개 이슬람 국가들이 저항하며 연대하는데 터키가 이 일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이스탄불에서 이슬람협력기구 정상들이 모여 긴급정상회의를 가졌고, 며칠 전 미국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반대하는 시위 도중 팔레스타인 시위자들이 사망하자 터키는 또다시 긴급회의를 소집하며 리더십을 행사하고 있다.

하나님나라의 영광을 위해 헌신하는 터키 청년들

그에게 하신 대답이 무엇이냐 내가 나를 위하여 바알에게 무릎을 꿇지 아니한 사람 칠천 명을 남겨두었다 하셨으니 그런즉 이와 같이 지금도 은혜로 택하심을 따라 남은 자가 있느니라 (11:4-5)”

터키 정부가 오스만 제국의 과거 영광을 재건하기 위해 힘써 달려가고 있는 이 때, 하나님은 하나님의 교회들을 통해 하나님의 역사를 써가고 계신다. 알라에게 무릎 꿇지 않고, 세상에 입 맞추지 않는 거룩한 주의 백성들을 은혜로 남겨두셨다.

터키 말라티야에서 순교한 세 명의 기독교인 중 한 명의 장례식(2007년 4월) (사진=Serkan Senturk/AP)

터키 청년들은 세속주의와 무신론의 공허함 속에서 진리를 찾기 위해 갈급해 있다.

혼자서 진리에 대해 고민하다가 성경을 구해서 읽고 있는 청년들, 꿈에서 예수님을 만나 자신을 도와줄 사람들을 찾고 있던 청년들, 아무런 소망 없이 하루하루를 겨우 살아갔던 가난하고 외로운 청년들이 복음 앞에 반응하며 예수님을 만나고 제자로 서가고 있다.

터키에서 예수 십자가의 길을 따라가려면 많은 어려움과 믿음의 싸움을 싸워야 함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오늘도 주님의 몸된 교회로 함께 일어나 하나님 나라의 비전과 영광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터키의 거룩한 주의 청년들이 역사의 마지막 부흥을 소망하며 이 시간에도 기도하고 예배하고 있다.

초대교회의 영광을 가졌던 땅임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세계 최대의 미전도종족이었던 터키는 오랜 시간 복음에 소외되어 있었다. 그러나 믿음의 눈을 들어 볼 때 이제 이 땅은 하나님께서 베푸신 추수의 때임을 깨닫게 된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유학생들, 시리아 난민, 이란교회들과의 연합 사역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들은 유학생, 난민의 신분을 뛰어넘어 ‘우리는 그리스도인입니다!’라는 고백을 믿음으로 선포한다. 상황과 환경에 제한받지 않으며 터키인들에게 복음을 선포하고 추수의 때를 함께 감당하고 있다. 유럽에 흩어져 있는 터키 디아스포라 교회들 역시 하나님의 비전으로 일어나 민족의 부흥을 위해 함께 달려가고 있다.

라마단 기간은 어둠의 권세로 이슬람을 더욱더 견고케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님께서는 은혜로 택하심을 따라 남겨두신 자들을 통해 생명의 빛을 비추는 시간이며, 그 남은 자들을 빛으로 인도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터키=Y 선교사] 2018-05-19 @06:22

 

 

 

저작권자 © 미션투데이(Missio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