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야경 (사진=REUTERS/Ali Jarekji)

사우디아라비아가 오는 4월 1일부터 사상 처음으로 관광비자를 발급한다. 2030년까지 매년 3천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는 관광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투자를 늘리고, 보수적인 이슬람 왕국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려는 시도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AP, 익스프레스 등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는 지금까지 사업 목적과 메카 성지 순례와 같은 종교적인 이유 이외에는 비자를 발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사우디는 국제 유가 하락으로 지난 수년 간 극심한 적자에 직면해 있어 석유 산업 이외의 새로운 자본 유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관광 비자 발급과 같은 새로운 시도는 사우디 왕세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Mohammad bin Salman) 왕자의 온건 이슬람 국가 건설 및 개방화 정책인 비전2030 계획의 일부이다.

사우디는 관광 산업 개발 계획인 네옴(NEOM)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걸프만과 홍해의 해안선을 따라 영국 웨일즈의 두 배에 달하는 관광단지를 조성하려 하고 있으며, 이곳을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견줄 만큼의 엔터테인먼트 수도로 세울 계획이다.

이번에 시행되는 관광비자를 발급받으면 30일 간 사우디에서 체류가 가능하다. ‘후견인법’(여성은 남성보호자 없이 여행할 수 없다)으로 인해 남성 보호자 없이는 단독으로 여행할 수 없었던 여성들의 경우에도, 25세 이상일 경우에는 이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

리야드의 거리, 나들이에 나선 사우디아라비아의 가족 (사진=Fayez Nureldine/AFP/Getty Images)

사우디가 비무슬림들을 대상으로 관광 비자를 발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 중심도시이자 ‘홍해의 신부’로 불리는 항구도시 제다(Jidda)와 수도 리야드(Riyadh)를 비롯해 고고학 유적지로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마다인 살리(Mada’in Saleh)와 같은 아라비아 사막 안 고대도시도 관광객들에게 개방된다.

여행업계의 반응은 뜨겁다. 파키스탄과 카프카즈와 같이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를 개발해 온 와일드 프론티어(Wild Frontiers)의 안드레아 로스(Andrea Ross) 대표는 여행객들이 사우디 사람들의 소식을 뉴스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일상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고, 놀라운 역사 유적지를 방문할 수 있다는 소식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업, 종교, 개인초청 방문에 국한되어 있었던 보수 왕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여행 비자를 발급하는 것은 놀라운 변화이지만, 사우디 관광비자 발급 조건은 여전히 까다로운 편이라고 말했다.

아랍 뉴스(Arab News)에 따르면, 관광비자를 받으려면 최소 4명 이상의 그룹이어야 하고, 반드시 등록된 여행사를 통해서 비자 신청을 해야 하며, 사우디관광청 및 국가 유산위원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여성들도 관광비자를 신청할 수 있지만, 머리에 스카프를 착용해야 하고, 반드시 그룹과 함께 있어야 한다. 25세 미만의 여성일 경우 ‘보호자’를 동반해야 한다. 무슬림들의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에는 방문할 수 없다. 인디펜던트(Independent)의 다른 보고서에 따르면, 여권에 이스라엘 방문 기록이 남아 있는 사람들은 입국 거부를 당할 수 있다.

로스 대표는 사우디 정부가 2016년부터 관광 비자 발급에 대해 논의를 계속해 왔으나 정확한 관광비자 발급 시작일은 4월 1일이 되어서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11월과 12월 여행 희망자들에 대해서 예약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고학 유적지로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사우디의 마다인 살리 (사진=UNESCO/Editions Gelbart/Jean-Jacques Gelbart)

[윤지언 기자] 2018-03-30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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