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파키스탄 법원이 모든 시민들에 대해 자신의 ‘진짜 종교’를 명시할 것을 판결해 기독교인 및 소수 종교에 대한 경제적 불이익 등 억압이 예상된다.

파키스탄 신문 DAWN에 따르면, 지난 2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고등법원(Islamabad’s High Court, IHC)은 헌법 재판소가 허위로 이슬람 교도인 척 하는 사람들에 대해 정부가 법적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할 권한이 있다고 판결했다. IHC는 자신의 진짜 종교를 속이고 신청한 자들은 헌법을 무시하고 국가를 배반하는 행위이며, 이제부터 모든 출생증명서, 신분증, 유권자 명부 및 여권에 진짜 종교가 표기되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또한 파키스탄 사법부, 군대, 공무원 및 기타 정부 직무에 일자리를 신청하는 사람들은 Khatm-i-Naboowat(무함마드는 마지막 선지자이다)을 선언하는 진술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권변호사인 지브란 나시르(Jibran Nasir)는 로이터 통신에 "판사의 구체적인 지시는 누가 아마디교인(아마디교: 인도에서 시작된 이슬람의 한 분파이나 이슬람교로 인정되지 않는 소수 종파이다)인지 확인하고 발견하는 데에 있다. 이 명령이 정부가 누가 소수 종파에 속해 있는지 확인하는 목록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독교인들은 메시아에서 파생된 마시(Masih)라는 성씨 때문에 즉시 그들의 종교를 파악할 수 있다. 이에 추가로 기타 다른 소수 종파를 색출하기 위한 장치라는 것이다.

이미 파키스탄은 여권에 종교를 명시하게 해 놓았다. 박해감시단체인 월드 와치 모니터 (World Watch Monitor, WWM)에 따르면, 기독교와 아마디교 같은 소수 그룹은 다른 지역에 망명을 신청할 때에 이 여권에 기재된 종교란이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이를 반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권 이외의 신분증에도 종교를 명시하는 것은 경제적, 사회적 배제에 직면하고 폭력을 조장하는 명백한 위험을 안고 있다고 밝혔다. 1992 년 파키스탄 정부가 신분증에 종교를 추가하려고 시도했다가 기독교인들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다.

파키스탄의 기독교인들이 아시아 비비의 석방을 요청하며 시위하고 있다. (2010년, 파키스탄 라호르) (사진=REUTERS/Mohsin Raza)

기독교인과 아마디교도는 파키스탄 이슬람공화국의 대표적인 소수 종교 그룹으로 사회적으로 많은 차별을 받고 있다. 파키스탄에서는 국가의 신성모독법에 따라 비(非) 이슬람교도를 처벌할 수 있다.

WWM는 ‘신성모독법’으로 인해 많은 파키스탄의 그리스도인들이 다양한 형태의 차별과 억압에 직면하고 있음을 보고해 왔다. 일례로 아시아 비비(Asia Bibi)로 알려진 크리스천 여성인 아시야 노린(Aasiya Noreen)은 지난 2010년 무함마드를 욕했다는 죄목으로 교수형을 언도 받고 수감 중이며, 그녀를 옹호하던 살만 타시르 펀잡 주지사는 2011년에 뭄타즈 카드리에 의해 살해 당했다.

노린은 동료 일꾼들이 그녀가 크리스천이라는 이유로 ‘부정하다’면서 그녀가 쓰던 컵으로 물을 마시길 거절하자, “나는 내 종교와 인류의 죄를 대속해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 예언자 무함마드는 인류의 구원을 위해서 무슨 일을 하였는가?”라고 물었다가 신성모독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WWM는 "이번 고등법원의 판결은 파키스탄에서 종교논쟁과 갈등이 더 깊어졌음을 나타내고 있고, 특히 기독교인들도 이 문제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소수 집단은 사회적으로 더 취약해질 것이다”라고 전망하면서, 모든 파키스탄인들은 법 앞에 안전하고 보호 받을 권리가 있으며 평등하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윤지언 기자] 2018-03-2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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