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는 17일, 예멘 중앙은행에 20억 달러를 이전하기로 했다고 AFP등 외신이 보도했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Salman bin Abdulaziz) 사우디 국왕은 “이란 정부를 배후로 둔 후티 반군과의 싸움으로 예멘 국민들이 직면한 경제적 상황이 심각하다”며 “예멘 정부의 절실한 원조 요구에 따라 예멘 중앙은행에 20억 달러 예금을 이전한다”고 내무부 장관을 통해 밝혔다. 사우디는 지난 3년간 후티 반군과의 싸움에서 예멘 정부를 지지해 왔다.
예멘의 사바 통신은 사우디의 재정 원조 발표에 앞선 지난 16일,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Abedrabbo Mansour Hadi) 예멘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살만(Mohammed bin Salman) 사우디 왕세자에게 전화를 걸어 예멘이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 토로했다고 전했다.
예멘은 현재 840만 명이 기근의 위험에 빠져 있고, 전 인구의 4분의 3 이상에게 인도주의적인 원조가 필요한 상태이다. 2016년 후티 반군이 수도 사나를 장악함으로써 중앙은행을 아덴 시(市)로 이전하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1백만 명 이상의 공무원이 일자리를 잃었고, 중앙은행은 이들의 봉급을 지불하기 위해 힘든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한편 2015년 3월부터 예멘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군부 연합을 이끌어 왔던 사우디는 상당한 예산 적자에 직면해 있다. 예멘 전쟁에 개입해 온 지난 4년 간 원유 가격이 하락하면서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의 수입도 줄어들어 대규모 예산 적자를 기록했다. 사우디 정부는 유가 하락에 대응하여 새로운 세금을 도입하고 지출을 삭감하는 등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적어도 2023년까지는 적자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