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이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 탈퇴를 선언했다.

AP, AFP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유네스코의 새 사무총장 선거를 하루 앞 둔 지난 12일, 유네스코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미국의 유네스코 분담금 체납금 증가, 유네스코 조직의 근본적인 개혁의 필요성, 계속되는 유네스코의 반(反)이스라엘 편향성 등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반영한다’며 탈퇴 사유를 밝혔다.

같은 날,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야후 총리는 미국이 용감하고 도덕적인 결정을 했다며 이스라엘도 유네스코를 탈퇴하겠다고 전했다.

미국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좌)과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야후 총리(우) (사진=AFP/GETTY IMAGE, REUTERS/Sebastian Scheiner, 편집=미션투데이)

미국은 유네스코 분담금의 22%를 차지하는 최대 후원국으로 미국의 유네스코 탈퇴는 지난 1984년 이후 두 번째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집권 시절 유네스코가 소련 쪽으로 기울었다며 정치적 편향성과 운영의 방만함 등의 이유로 유네스코를 탈퇴했다. 그 후 2002년 10월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에 재가입했다.

2011년 버락 오바마 정부 때에는 유네스코가 팔레스타인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고, 이스라엘보다 팔레스타인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인 것에 대해 불만을 표하며 연간 8천만 달러(약 904억원) 이상의 분담금을 삭감했다. 또한 올해 말이면 미국의 유네스코 체납금은 5억5000만 달러(약 621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러한 반응에도 유네스코는 반복적으로 이스라엘을 ‘점령국’으로 규정했다. 또한 지난 해 동예루살렘의 이슬람과 유대교 공동성지 관리 문제에서 팔레스타인의 손을 들어줬다. 가장 최근의 사건은 지난 7월 요르단 강 서안 헤브론 구시가지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로, 유네스코는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의 성지인 이 지역을 이스라엘이 아닌 팔레스타인의 유산으로 등재했다.

이스라엘의 동맹국인 미국은 유네스코의 연이은 반이스라엘 행보를 불편해 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 유네스코 탈퇴 의사를 여러 차례 시사해 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중심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트럼프 정부가 다국적 기관에 사용되는 정부 예산을 축소시키려 하며 유네스코 탈퇴도 그 일환이라고 분석했으나, 일반적으로는 이것이 돌발 행동이 아니라 이미 오래 전부터 누적되어 온 유네스코에 대한 미국의 불만과 갈등의 결과라고 보고 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유네스코의 정치화가 고질적인 병폐라면서, 더 이상 미국 납세자들이 미국의 가치에 적대적이고 정의와 보편 상식을 거스르는 정책에 돈을 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탈퇴는 유네스코 규정에 따라 2018년 12월 31일부터 발효된다.

유네스코 파리 본부(사진=유네스코/Michel Ravassard)

한편, 13일 열린 유네스코 새 사무총장 투표에서 오드레 아줄레(45) 전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 선출됐다. 유네스코의 두 번째 여성 수장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탈퇴로 산적한 현안을 떠안게 됐다. 그녀는 선거 결과 발표 후 연설에서 유네스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개혁뿐이라고 밝혔다.

유네스코(UNESCO•United Nations Educational, Scientific and Cultural Organization)는 1945년 제2차세계대전 종전 후 교육, 과학, 문화 분야에서 국제 협력을 증진함으로써 세계 평화에 기여하자는 취지로 창설됐다. 유네스코의 목표는 균등한 교육기회 배분, 사상과 지식의 자유로운 교환, 국가간-국민간의 소통 수단의 발전, 상호간의 완전하고 진실한 이해, 이를 통한 국제평화와 인류공동의 복리를 촉진하는 것이다.

그러나 유네스코는 최근 몇 년간 회원국들간의 정치적 입장차이와 서로 다른 역사 해석으로 인한 외교적 긴장과 갈등, 반목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윤지언 기자] 2017-10-15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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