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한 여성이 차량에서 걸어나오고 있다. (사진=REUTERS/Faisal Al Nasser)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운전을 금지해 왔던 사우디아라비아가 내년부터 여성 운전을 허용키로 했다.

뉴욕타임즈(NYT), 로이터 등은 사우디 왕실이 지난 달26일, 2018년 6월부터 여성운전자들에게도 운전면허증을 발급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여성운전허용은 사우디 정부의 국가 개혁의 일환으로서, 여성들의 운전 금지가 사우디 왕국의 국제적 명성에 손상을 주고 있었기에, 이번 결정이 국제 관계 개선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사우디 정부는 또한 새로운 정책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여성의 참여도를 높이고, 경제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의 성지로, 강력한 샤리아법에 의해 통치되고 있다. 사우디의 여성운전 불허 정책은 극우 국가들 사이에서 여성 탄압의 세계적인 상징이었다.

사우디 공무원들과 성직자들은 수년 간 이 금지령에 대해 숱하게 해명해 왔다.

일부는 사우디 문화권 내에서 여성의 운전이 부적절하다고 하기도 하고, 남성 운전자들이 그들 옆에서 운전하고 있는 여성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이들은 여성들에게 운전을 허용하면 그들이 난잡해지고 가정이 파멸된다고 주장했다. 한 성직자는 운전은 여성의 난소에 해롭다는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이 금지령은 오랫동안 사우디아라비아의 이미지를 손상시켰다. 미국 등 가장 가까운 우방 국가들도 IS나 탈레반 같은 지하디스트들이나 실행할 법한 법률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사우디의 인권 운동가들과 단체들은 오랫동안 금지령 해제를 위한 캠페인을 벌여 왔다. 일부 여성들은 금지령을 거역하고 운전하여 체포, 수감됐다.

1990년,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운전을 했다는 이유로 몇몇 여성들이 구속되고 직장에서 쫓겨났다. 그 사건 후 여성운전금지 조처에 대한 반대시위가 일어났다. 그 첫번째 시위에 참가한 47명의 여성 중 한 명이었던 사우디 대학교의 파우지아 알 바크르 교수는 “그날 이후로, 사우디 여성들은 운전할 권리에 대해 계속적으로 요구해 왔습니다. 시위에 참가한 자들은 직장을 잃었고 이동에 제한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참으로 오랫동안 이 일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일이 성취되었습니다. 이것은 놀라운 일입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이번 결정은 사우디 이미지의 변화뿐 아니라, 여성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데에 더 도움을 주게 됐다. 그간 많은 사우디의 직업여성들은 월급의 상당 부분을 남성 운전사를 고용하는 비용으로 사용해 왔다.

낮은 유가는 많은 사우디 사람들이 오랫동안 의존해 온 정부 일자리를 축소시켰고, 왕국은 여성을 포함한 더 많은 시민들을 민간 부문 일자리로 밀어 넣으려고 애써 왔다. 하지만 일부 여성근로자들은 개인 운전사를 고용하고 그들에게 많은 돈을 소비하게 되는 것이 근로 의욕을 떨어뜨린다고 말하고 있다.

많은 왕국의 전문직 종사자들과 젊은이들은 이 변화에 대해 다른 곳보다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시도라며 환영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최근 몇 년 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실권을 잡으면서 나타나고 있다. 32세인 살만 왕세자는 왕국의 경제와 사회 발전을 위한 광범위한 계획을 세우고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여성들의 인권에도 변화가 생겨 더 많은 여성 인력이 전문직으로 고용되어 일하고 있고, 2015년에는 여성들의 투표권이 허용되었으며, 지방의회 의원에 출마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 많은 사우디 인들은 여전히 보수적이다. 일부에서는 여성운전 금지 조치를 해제하게 되면, 가부장적인 왕국 내 세력들의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우려한다. 또한 일부 남성들은 자신의 여자 친척들의 차가 고장나기라도 하면 그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여성운전금지법과 같은 사회적 규제들은 사우디의 최고 성직자들에 의해 수년간 강화되어 왔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정부 급여를 받는 자들이다. 여성운전금지령 해제 발표 후에, 한 익명의 글이 SNS상에서 회람됐다. 내용은 전염병, 간통, 다른 기타 재앙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정숙한 자’를 모집한다는 것이었다.

또 한 가지 걸림돌은 ‘후견인법’이다. 후견인법이란 여성들의 권리 확보를 위해 아버지, 남편, 아들, 남성 친척 등에게 자신의 권한을 대행하여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이 법 아래에서 여성들은 남성 후견인 없이는 해외여행을 할 수 없다. 일을 하거나 의학적 치료를 받는 것도 후견인의 동의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최근 몇 년간 이 후견인법이 약해져 있고, 남성들이 자신의 부인과 딸들의 움직임을 크게 제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워싱턴의 사우디 대사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우디 대사 칼리드 빈 살만 왕자는 이른바 ‘후견인’이 없어도 여성 스스로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 회견에서 대사는, 우리 사회는 준비가 되었으며 그 결정이 번복되거나 심한 반대에 부딪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칙령이 발표된 날 대중의 반대는 거의 없었다. NYT는 이에 대해 정부 방침에 반대하는 인사들을 강경하게 처리해 온 사우디 정부가 이미 일부 성직자들을 외국인 수령액 갈취라는 명목으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사우디여성인권운동가인 마날 알 샤리프는 법안이 발표되자, 자신의 사이트에서 자축했다. 샤리프는 여성 운전 허용을 위한 집단 시위를 벌여온 여성 단체 조직에 조력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었고 지금은 호주로 망명하여 살고 있다.

그녀는 여성운전이 허용되었지만, 다음에는 후견인법을 폐지하는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지언 기자] 2017-10-14 @23:00

 

 

저작권자 © 미션투데이(Missio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