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 족 난민들이 서부 미얀마로부터 방글라데시 국경을 건너가고 있다. (사진=NYT/Adam Dean)

이슬람 급진주의 무장단체IS 등이 미얀마로부터 갈 곳을 잃은 로힝야 족을 포섭해 동남아에서 세력을 확장하려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18일, ‘인종청소’ 수준의 박해를 받고 있는 미얀마의 로힝야 족이 급진화되고 있으며, IS와 알카에다 등의 이슬람 급진주의 무장단체의 포섭으로 지하디스트로 변모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지난 달 25일, 미얀마의 라카인주에서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반군단체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경찰 초소를 습격했다. 4년전 발족한 이들은 미얀마 정부가 로힝야 족을 비하하고 박해해 왔다며, 동족 보호를 위해 정부시설 및 불교도, 힌두교도들을 공격했다. 미얀마 정부는 이를 테러행위로 규정, 대대적인 소탕에 나섰다.

이 사건으로 400여 명이 숨졌고, 국경에 위치한 라카인주로부터 43만 명의 로힝야 족이 교전을 피해 방글라데시로 몰려 들었다. 난민의 대부분은 여성과 아이들 그리고 노인들이다.

“미얀마 군이 의도적으로 이들을 몰아내려 했다. 이들이 귀국하지 못하도록 국경지대에 지뢰를 매설했다”는 등의 주장이 국제사회에 알려지면서 미얀마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미얀마 정부는 인종청소 주장이 ‘오보’이며 정당방위였다고 일축하고 나섰다.

또한 인도 NDTV등에 따르면, 인접국인 인도는 18일 난민들을 수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국 내의 4만 로힝야 족의 추방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국제사회나 미얀마 정부로부터 로힝야 족 사태의 해결을 위한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노력을 보지 못한다면, 갈 곳을 잃은 로힝야 족이 이슬람 전사로 활약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소외와 절망이 테러의 자양분이 된다는 것이다.

방글라데시 국경지역의 로힝야 족 난민캠프 (사진=NYT/Adam Dean)

실제로 로힝야 족 민간인들 중 ARSA에 새롭게 가담한 자가 급증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ARSA 조직원인 아불 오스만(32)은 “내가 집에 머물렀어도 미얀마 군에 의해 죽었을 것이다. 나는 나의 권리를 찾기 위해 싸울 것이고, 죽으면 알라 앞에 서게 될 것이다. 나의 희생이 천국에 자리를 마련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예멘의 알카에다는 이 달 초 아시아 조직원들에게 "무슬림 형제들을 도우러 나서야 한다"며 미얀마 정부에 대한 공격을 행하라는 지령을 내렸다.

이에 더하여 최근 시리아, 이라크 등 거점 지역을 빼앗기며 중동에서의 세력이 약화된 IS 조직원들이 북부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세력을 확장하려는 시도가 자주 목격되는 가운데 로힝야 족을 포섭해 지하디스트로 양성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말레이시아 경찰청 특수부 대테러 담당 부국장인 아요브 한 미딘 피차이는 17일 “말레이시아 출신 IS 조직원들이 미얀마에 대한 성전을 준비하고 있으며, 라카인주가 성전의 새로운 목적지다”라고 밝혔다.

이에 앞선 지난 5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의 마라위 시에서 정부군과 교전한 반군조직들이 이미 IS에 연계되어 있고, 섬이 많은 동남아시아의 특성상 IS가 이 지역에서 세력을 키우게 되면 시리아 이라크에서 활동할 때보다 훨씬 제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일리노이주립대학 정치학과 교수 알리 리아즈는 “우리는 그간 민주주의와 민족주의 운동이 어떻게 국제 테러 조직과 연계되는 지를 봐 왔다”며 “수천 수백만의 사람들 안에 공통적인 불만과 절망이 공유되면 사람들은 급진화된다. 여기에 종교성이 더해지면 세력은 더욱 강화되고 확산된다. 필리핀에서 IS가 지역 반군 조직을 흡수해 세력을 확장한 것이 그 예다”라고 경고했다.

윤지언 기자 [2017-09-2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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