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북부 도시 아바타바드에 숨어 있던 오사마 빈라덴을 발견한 시점은 2010년 8월이었다.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의 집단 수용소인 관타나모에서 미국은 빈라덴의 정보배달원의 별명을 입수하고 아바타바드의 한 특수가옥에 숨어 살던 그를 확인하고, 2011년 5월 1일, 파키스탄 당국에 알리지도 않고 급습한 결과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이라크를 침략했던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역사적 쾌거라고 흥분했고, 미국 달러 가치가 치솟고 오바마 대통령의 인기가 급반등했다는 외신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빈라덴의 죽음을 두고 밝혀져야 할 사안들이 많이 남아 있다. 우선 미국의 발표에 따르면 DNA 조사가 이뤄졌고 신원을 확인했다고 하지만, 의혹이 발생할 수 있는 시점에서 서둘러 빈라덴의 사체를 이슬람 율법에 따라서 물에다 수장했다고 한다. 이슬람법에는 시체를 땅 속 깊이 안장을 해서 악취가 나지 않도록 하라고 되어 있지 문무대왕처럼 수장하는 매장법은 흔하지가 않다. 바다에서 사망했기 때문에 육지로 옮길 수 없는 경우, 아니면 땅 속에 매장했을 때 적들에 의한 부관참시 우려가 있을 때 수장하는 경우가 가끔은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의 무덤이 성지화 되는 것을 우려했다고 하지만 이슬람법을 들먹이며 그의 수장 사실을 발표했다는 것 자체가 의혹이 머무는 자리가 될 수 있다. 또한 빈라덴의 은신처를 작년 8월에 알았음에도 9개월 동안 위성 사진 판독 등의 작업을 진행해왔다는 것이 예사롭지 않은 발표이다.

오사마 빈라덴의 존재는 이미 이슬람지하드 운동에서 전설에 파묻혀 버렸다. 그의 죽음이 새삼스럽게 글로벌 이슬람 운동의 뇌관을 해체하는 쾌거가 될 수 없다. 빈라덴이 창설한 알카에다 조직은 ‘기지’라는 뜻말을 갖고 있지만, ‘데이터베이스’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알카에다 조직 자체가 철두철미하게 세포들과 네트워크로 퍼져 있기 때문에 머리의 죽음이 괴물의 명줄을 끊어버릴 수 없는 것이다.

알카에다의 2인자로 불리는 알 자와히리 그는 이집트 의사 출신으로 알카에다의 두뇌역할을 한다고 알려져있다.

사실 알카에다의 실질적인 전략가는 빈라덴이 아니라 이집트인 알 자와히리이다. 1966년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의 일원으로 <이정표>라는 책을 통해 새로운 개념의 이슬람 테러 전략을 발표하고 당당히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사이드 쿠틉의 제자인 알 자와히리는 외과 의사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포기하고 과감히 아프가니탄으로 날아가 빈라덴과 함께 반소지하드에 투신한다.

1989년 소련군이 철수하고 서구 제국주의를 향한 지하드를 감행하기 위해 알카에다를 결성할 때, 오사마 빈라덴의 측근 중에는 알 자와히리와 또 한 사람의 전략가가 있었다. 팔레스타인 출신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대학에서 그를 가르쳤던 스승인 아잠이라는 사람으로서 반소지하드 당시 유럽과 미국을 돌면서 수많은 지하드 전사를 모집하고 동원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아잠은 무슬림이 무슬림을 살해하는 탁피르에 반대를 했다. 반대로 자와히리는 이슬람 세계의 세속 정부 권력자가 비록 종교상으로 무슬림이지만 그는 이미 타락한 불신자이기 때문에 처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아잠은 테러로 아프가니스탄에서 비명에 갔다. 그 후 알 자와히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갑부 오사마 빈라덴의 자금력을 통해서 알카에다 세력을 키워 나갔다. 어떻게 보면 빈라덴은 알 자와히리의 마리오네트(피에로)와 같은 존재였다.

오사마 빈라덴의 죽음이 사실로 확증되기 위해서 앞으로 논란이 뒤따르겠지만, 알카에다 조직이 글로벌 이슬람 네트워크를 중심에서 지도해 왔다는 점이 명확하지 않고, 또 조직의 자금줄이 많이 차단되었던 점을 고려해 볼 때 이슬람 테러 발생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알카에다는 9/11 사건 이후 세대교체에 성공하여 지하드 2세대는 유럽 등지에서 이민 2, 3세로 성장한 새로운 인물들이 포진하고 있다.

또한 빈라덴의 죽음이 전해지는 이 시점에서 2011년, 영국 신문 텔레그라프가 전했던 관타나모 비밀 정보에 시선이 머문다. 9/11 테러를 실질적으로 기획했기 때문에 체포되어 관타나모에 갇혀 있는 할리드 세이크 모함마드의 증언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은데 앞으로 주목해 볼 사안임에는 틀림없다. “만일 빈라덴이 체포되거나 사살된다면, 알카에다의 잠자는 세포가 유럽의 비밀 장소에 숨겨져 있는 대량살상무기의 뇌관을 터트릴 것인데, 장담하건대 그것은 핵폭탄이 될 것이다”

미국과 서방 세계는 이슬람원리주의가 독버섯처럼 퍼지도록 축축한 토양과 환경을 제공하는 이슬람 세계에 대한 탐욕적인 군사개입과 금융자본의 약탈이 야기하고 있는 세계경제의 혼란 앞에 일등국가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 바로 알카에다을 죽이는 쾌거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슬람 세계가 더 이상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와 자본주의 체제를 수용하거나 인내할 수 없는 시점이 온다면 그 폭발력의 파장은 바야흐로 지구촌의 대종말로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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