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암신학연구소(이장식 소장)는 7일 기독교회관에서 ‘종교개혁의 만인사제론과 평신도의 사명’이란 주제로 공개 강연회를 열었다. 이번 강연회는 숭실대 명예교수 김영한 박사(혜암학술포럼위원장)가 사회를, 김경재 박사(한신대 명예교수)와 정일웅 박사(총신대 전 총장)가 발제를 맡아 진행되었다.

김경재 박사는 '마틴 루터의 만인사제론과 평신도의 권리와 책임'을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루터의 논문 중 「독일 크리스천 귀족에게 보내는 글」에서 루터가 말한 만인사제론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제사장직을 갖고 있다는 일반적 종교철학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며, 교회 개혁의 일차적 책임을 가지고 있던 당시 성직자들이 직무유기하고 오히려 교회 내 부패에 원인을 제공하는 상황에서 그렇다면 평신도들에게 교회를 개혁해야 할 책임과 권한이 있음을 역설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주창된 것임을 말했다.

김 교수는 “마틴 루터는 성도들의 공동체로서의 교회, 곧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할 수 있는 영적 생명체로서의 교회론을 말했는데, 지금에 이르러 다시 교회 건물, 성직자 위계질서, 총회나 노회 등의 행정조직 등으로 대변되는 교회에 대한 생각은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김 교수는 만인사제론이라는 과거 종교개혁의 중심 담론이 결국 지금 시대 한국교회의 본질적 문제 해결을 위해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가치임을 강조했다. 이를 위하여 그는 △교회 개혁 주체로서 평신도의 권리 강화 △교회조직 구성에 있어 평신도 참여의 제도적 보장 △평신도 지도자 교육과정 신설 △목회자의 교회 재정 관여 금지 △교역자와 장로들에 대한 '7년 후 재신임' 제도 정례화 △잠재적 평신도 인적 자원 활용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김 교수는 보수교단과 진보교단을 아우르고 평신도가 참여한 ‘70인 복음신앙 추밀원’을 발족시켜 헌법적 종교자유 및 정교분리 원칙을 오남용하거나 방편으로 내세워 기독교 교회 전체 명예와 신뢰성을 실추시키는 사이비 개신교 목사와 이단 집단을 견제하고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일웅 박사는 '21세기 한국교회 평신도의 사명과 역할'을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평신도’란 단어 자체가 중세로마교회 내에서 ‘성직자’의 신분을 강화하고 영적인 신분과 세상적인 신분의 이원론적 관점 가운데 부정적으로 인식되어 왔으나, 그러나 모든 평신도들은 원천적으로 하나님이 그의 백성으로 택하여 부른 자들이자 그리스도를 통해 거룩한 하나님의 백성된 자들을 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 교회는 평신도란 단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한 정 박사는, “평신도의 신분을 지나치게 무시하고 목사의 신분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성직주의적, 교권주의적 사고는 비판되어 마땅하다. 그러나 반대로 목사의 직분을 지나치게 비판하고 무시하는 반교권주의적 사고도 극복되어야 한다”며 “교회를 통해 이뤄져야 할 하나님 나라의 일을 위해 목사와 평신도는 서로의 기능적 역할에 따라 구분된 협력관계에 있는 자들이다. 그러나 오로지 수적 성장을 목표로 하는 샤머니즘적 기복신앙이 교회 내에 만연했고 이로 인해 평신도들은 목사로부터 축복을 받아야 하는 피 축복자로 전락케 되었다”며 비판했다.

정 박사는 아울러 목사들의 교권 남용으로 교회재정 횡령, 목회세습, 목회자 성윤리 등 비도덕적 문제들이 나타났으며 교단 정치권은 정치꾼들이 득실대는 등 한국 교회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와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평신도들이 한국 교회를 개혁하는데 앞장서야 할 사명과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평신도들에게도 목사들의 교권 남용을 방치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 정 박사는 위기에 처한 한국 교회를 개혁하는 일에 한국 교회의 평신도들이 적극 나설 것을 권면했다.

혜암신학연구소 소장 이장식 박사는 이날 발표를 종합하며 "루터는 신부와 목사들 뿐 아니라 농부나 교사 등의 직업을 가진 모든 이들에 대해서 동일하게 하나님께 소명을 받은 자들로 생각했다"며 "그런 점에서 오늘날 목회자들은 모든 평신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 사제적 역할을 감당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그들이 사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션투데이 [입력: 2015-12-08 @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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