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가 국제 이해 관계 속에 희생되는 민간인들을 보호해야

최근 계속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집중 공격으로 민간인 피해가 계속되면서 일부 외신은 '홀로코스트(독일의 유대인 대학살)를 경험한 유대인이 어떻게 똑같은 행위를 반복할 수 있는가'라 비꼬면서 이번 이스라엘의 일방적 가자지구 공격에 대해 비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당국은 공격 대상이 팔레스타인의 무장세력인 하마스의 근거지 및 땅굴들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스라엘 언론 또한 가자지구로의 지상군 투입 이후 연일 얼마나 많은 하마스의 근거지와 비밀 땅굴들을 파괴했는지 보도하는 것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것은 언론을 통해 다양한 최첨단 군비를 총 동원한 자국의 전략적 우세함을 계속적으로 과시함으로써 이스라엘 내 긍정적 여론 조성에 계속적으로 뒷받침하려는 의도로 보여진다.

그러나 유엔난민기구는 민간인 피해가 계속되는 비인도적인 전쟁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미 이스라엘의 로켓공격으로 인해 불특정 건물들까지 파괴되면서 미처 피하지 못한 아이들과 여성, 노약자들이 목숨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또 라마단 금식기간 동안 많은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들이 파괴되면서 이로 인해 종교성 짙은 무슬림들의 분노도 더욱 고조되고 있다.

한편 팔레스타인의 사태에 있어서는 자기 일처럼 팔을 걷어부치던 중동아랍국가들이 이번 사태의 종식에 대해서 적극적 입장을 표시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의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하마스의 세력약화의 배경이 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하마스정당의 가장 유력한 조력자였던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이 미국의 지원을 받은 군부에 의해 와해된 이후 국제이슬람근본주의무장단체 판도에 중대한 변화가 일면서 하마스가 이전처럼 대이스라엘전에서 우세한 입장에 놓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집트가 제안한 휴전중재안에 대해 이스라엘은 긍정적인 의사를 표한 반면 하마스 측은 '가자지구를 이스라엘에게 넘기라는 것과 같은 소리'라고 일축하며 '절대 양보는 없다'고 배수의 진을 치고 있어 현재 이-팔사태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태에서 민간인 사망자들만 속출하고 있다.

이스라엘에 거주 중인 약 20%의 아랍계 유대인들 역시 팔레스타인의 계속되는 비극에 같은 동족임에도 하마스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특정 행위가 이스라엘의 안보에 위험한 요소로 간주될 경우 가해질 사회적 불이익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거주 중인 아랍계 유대인들은 대부분이 이스라엘 건국 이전부터 이곳에 거주해온 아랍인들이다. 따라서 하마스의 세력이 여느때보다 약화된 지금 모든 삶의 기반과 목숨까지도 포기하며 하마스를 지지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경제난과 혁명의 소용돌이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해 허덕이는 주변아랍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때는 아랍민족주의로 팔레스타인의 문제를 놓고 함께 싸웠던 레바논과 요르단, 이집트 등도 ‘나라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라는 명목으로 섣불리 의사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또한 하마스 정당의 중대한 지원국인 이란, 시리아, 소련도 국제 관계 속에서 뜨거운 감자처럼 돌출되어 있는 상황에서 역시 궁지에 몰린 하마스를 지원하기란 쉬워보이지 않는다.

지난 2011년 무슬림형제단의 대규모 쿠데타 반대집회에서 이집트 군부가 미국과 산유국의 전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무르시를 대통령에서 축출하고 시위를 진압하면서 이틀만에 1천 2백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음에도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일부걸프연안국들이 오히려 군부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여 빈축을 샀다. 또한 시리아 내에서 아사드 정권과 미국,영국,프랑스,터키와 중동산유국이 함께 결탁한 구도 속에서 이들의 지원을 받고 있는 수니이슬람무장단체 간의 내전으로 수많은 난민과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아무도 이 전쟁을 종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아랍의 끊임없이 반복되는 딜레마 속에 결국 아랍지역에 분쟁을 더 가중시키는 결과들 예를 들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같은 새로운 이슬람무장테러집단이 속출하고 있다.

아랍의 맹주를 자처하며 이번 사태를 종식시킬 유력한 중재자로서 거론되던 이집트의 중재안마저 유명무실화되면서 이-팔 사태는 또 다른 아랍 내 갈등을 양산하며 앞이 보이지 않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패권주의에 치우쳐 비인도주의적으로 마구잡이 주먹구구식으로 행사되어지고 있는 국제관계 리더십의 맹점으로 말미암아 과연 이 이-팔사태를 평화롭고 해결할 해법이 신속하게 나올 수 있을 지 매우 우려되는 시점에 와 있다.

박지연 기자

저작권자 © 미션투데이(Missio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