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벡스코 건물 옆에서 소규모 WCC총회 반대 시위

▲ WCC가 진행 중인 벡스코 건물 옆에서 소규모의 WCC총회 반대 시위가 진행 중이다.ⓒ 유 준 기자

어제 29일 벡스코 광장 앞에서 진행된 WCC 제10차 부산 총회(이하 WCC총회) 반대 시위에는 약 2만여 성도가 참여하였다. 또한 일부 과격한 구호와 피켓 선전문 등으로 물리적 충돌도 다소 예상되었으나 당일인 오늘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오늘 이루어진 집회 반대 시위는 'WCC 부산총회 반대운동 연대'가 허가받은 장소에서 약 20여명 규모로 진행되었다.

WCC에 대한 문제점 잘 모르고 온 복음주의적 그리스도인들도 많아

어제보다는 훨씬 조용한 분위기의 벡스코 주변. 하지만 오늘도 아주 소수의 인원으로 구성된 피켓 시위단이 행사장 바깥 쪽에서 간헐적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그 시위대 중 서울에서 온 한 여성도는 자신은 신앙이 뜨거운 것도 아니었고 신학적인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면서 "그러나 WCC에 대한 문제들을 알게되면서 나도 이 반대 집회에 동참해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성도는 자비로 부산에 내려와 해운대 근처의 숙소에서 묵으면서 총회 마지막 날까지 있을 계획이라면서 "나처럼 이렇게 WCC에 대한 소식듣고 온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시위 참가자는 “WCC 총회에 참석 중인 사람들 중에는 우리가 입은 '오직 예수' 옷과 피켓을 반가워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어제 해운대 바닷가에서도 WCC총회에 참석 중인 한 노르웨이 그리스도인을 만났는데 그도 우리처럼 오직 예수님만이 구원자임을 믿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또 “그런데 그는 우리가 제시하는 WCC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면서 “WCC에 대한 문제점을 잘 모르고 온 복음주의적 그리스도인들도 많은 것 같다”고 했다. 또 WCC 총회가 시작된 이후 지속되는 반대 시위의 방향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우리는 과격시위를 원하지 않고 외국인들에게 WCC의 문제점을 담은 유인물을 직접 나누어 줄 것”이라면서 “하지만 우리는 이곳에서 하루에 두 번씩 계속 예배를 계속 진행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오늘 반대시위 현장에는 몇몇 이단 종파 관련자들도 나타나 WCC총회 참가자들에게 자신들의 교리 책자를 나누어주기도 했으며, 과도하게 격렬한 행동을 보인 소수 시위자들로 인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하였다.

WCC반대 1인 시위 중인 강원주 목사를 만나다

또 벡스코 광장에서 한 노인이 홀로 피켓을 들고 시위 중이었다. 허름한 차림새의 그는 지난 2008년 성경 개역개정판에 대한 800여개의 오류를 설득력 있게 지적했던 책 ‘개역개정판에 대해 말한다(도서출판 소망)’의 저자 강원주 목사였다. 강원주 목사는 장신대 기독교교육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총회신학연구원 교수, 또  한국세계선교회 대표를 역임하였다. 강원주 목사는 자신의 근황에 대해 “지금은 모든 사역을 위임하고 오직 노방전도에 여생을 바치고 있다”고 밝혔다.

▲벡스코 광장에서 1인 시위 중인 강원주 목사ⓒ 유 준 기자

강원주 목사는 인터뷰에서 “WCC 총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들은 오직 예수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면서 "그들은 사회 봉사, 사랑의 섬김 등을 강조하지만, 불신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나는 통합 교단 목사이나 진리에 관한 문제를 논함에 있어 교단은 관계 없다고 생각한다”며 "김삼환 목사는 나의 선배이고 그로 인해 나는 통탄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김삼환 목사도 WCC가 이런 것인 줄 몰랐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통합교단 안에서도 WCC에 반대하는 목사들이 많다. 하지만 사람들의 눈치로 속시원히 말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라며 한국교회에 대한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동성애는 죄가 아니야, 태국 '독일인장로교회' 독일인 목사

이번 WCC총회에 처음 참가하였다는 안네그릿드(Annegret) 여목사는 태국에서 독일인장로교회를 시무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WCC총회에 한번 꼭 참석하고싶었고, 이토록 훌륭한 한국 교회의 역사를 알게 되어서 기쁘고 감동적이다"고 참가 소감을 밝혔다.

자연스러운 대화가 오고가면서 그녀는 에큐메니칼 운동이나 동성애 등 다양한 질문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도 이야기해 주었다. 그녀는 "우리가 다른 종파와 하나되는 것은 예수님 안에서 꼭 필요한 것" 이라면서 "타종교와도 하나가 되면 좋겠지만 그것은 어려운 일인것 같고 아직은 나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그녀는 세계 교회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동성애 문제에 있어서는 "나에게도 많은 동성애자 친구가 있다"면서 "나는 하나님께서 동성애를 만드신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그들을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문제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성경에 많은 부분이 동성애를 부인하고 있지만 그것은 그 당시 시대적 상황 때문이지 동성애가 죄라서 그런 것은 아닌것 같다"고 했다.

끝으로 선교에 대해서는 "선교란 내가 만난 하나님을 나누는 것"이라면서 세계선교에 대해서는 "로잔에서 언급한 예수님께서 복음전파와 종말에 관해 언급하신  마태복음 24:14절 구절은 성경 전체를 봤을 때 중요한 포인트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산상수훈이나 십계명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면서 "급속한 세계복음화가 마지막 시대를 의미한다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답했다.

어떤 일치를 향해 우리는 몸부림치는가

현재 WCC총회에는 세계 각국에서 주최 측 추산 약 5천여명이 참가하고 있다. 출신지역, 인종, 언어, 교단과 교파 등 서로 다른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모여있는 것이다. 때문에 WCC는 그 참가자들에 의해서는 이렇다할 정의를 내리기가 쉽지 않은, 규정할 수 없는 다양성의 총체인 것이다.

오늘 개회를 시작으로  열흘이라는 시간 동안 이루어질 많은 교류 가운데서 우리는 일치될 것인가, 아니면 서로의 차이만을 확인할 것인가. 예수 그리스도라는 우리를 하나되게 하는 유일한 울타리가 존재한다고는 하지만,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WCC의 역사적 과정을 보며 이것이 정말 진정한 일치인지를 계속 우려해 왔다. 교회의 연합과 일치라는 궁극의 목적 앞에 있는 개인은 언제 깨질지 모르는 조화의 긴장감 속에 반쯤은 눈감은 합의를 도출해 낼 수 밖에 없는 것은 아닌지. 이번 WCC부산 총회를 통해 세계교회와 한국교회 가운데 '그리스도 안에서' 의미있는 일치의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미션투데이 유  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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