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내 폭탄설치로 테러 감행 연구

현지 시간으로 지난 5월 2일 파키스탄 내 아프가니스탄 접경 지역인 퀘타 지역에서 수백 명의 군중이 모여 미국의 성조기를 불태우며 시위를 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친-탈레반 성향의 이슬람 정당인 자미아트 울레마-에-이슬라미(JUEI) 소속인 500여명의 시위대가 퀘타의 메잔 중앙광장에 모였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작년 5월 2일 피살 당한 오사마 빈 라덴을 추모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오사마 빈 라덴의 사진과 포스터를 내세우며, “빈 라덴이여, 영원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또한 시위 연설자로 나선 JUEI 지도자인 압둘 카디르 루니는 연설을 통해 오사마 빈 라덴은 이슬람 세계의 영웅이자 진정한 지하드 전사라며, “오늘 우리는 빈 라덴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모였다. 그는 우리 가슴 속에서 영원히 남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오사마 빈 라덴의 피살 1주년을 전후하여, 세계 각지에서는 긴장이 감돌았다. 테러조직인 알카에다는 미국행 민간 항공기에 테러를 감행하려다가 사전에 적발되기도 했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 5월 7일(현지시간) 알카에다의 예멘 지부 소속 테러리스트가 빈 라덴의 사망 1주년을 앞두고 미 항공기에 대한 보복 테러를 시도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테러 시도는 사전에 정보를 입수한 미 중앙정보국(CIA)에 의해 무산되었으며, 이번 테러 시도에서는 2009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발 디트로이트 행 항공기에서 시도됐던 ‘크리스마스 테러’와 유사하게 속옷에 숨길 수 있는 신종 폭발물질이 사용됐다고 덧붙였다.

외신들에 따르면, 미 당국은 이번 테러 시도에서 사용하려다 적발된 폭발물질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펜타 에리트리놀 테트라 니트레이트(PETN)’라고 불리는 이 물질은 하얀 가루의 형태로 공항의 엑스레이 검색기로도 적발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알카에다의 디트로이트 행 항공기 테러 시도 때에도 동일한 물질이 사용되었는데, 이 폭발물은 금속물질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아 당시 공항의 금속탐지기를 쉽게 통과했다. 게다가, PETN의 폭발 위력은 기존의 티엔티(TNT) 폭탄보다 훨씬 강하다.

빈 라덴 사망 1주년인 지난 5월 2일자 LA 타임즈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서 부르카를 쓴 폭탄테러범들이 서양인들이 주로 사는 주거단지를 덮쳐 7명이 숨졌으며, 테러범 4명도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은 즉각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히고, 간밤에 아프가니스탄을 극비리에 방문한 오바마 미 대통령에 대한 불쾌함과 분노를 표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테러가 발생하기 직전 아프가니스탄을 떠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차량 폭탄이나 대규모 무장을 동원한 장기간의 다각적 공격이 그렇게 빠르게 전개된 것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미 대통령의 방문은 아프간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비밀리에 부쳐졌으며, 새벽에 다시 돌아갔기 때문에 탈레반이 이를 미리 예상하고 그런 공격을 감행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렇긴 하지만, 4월 중순 경 카불에서 일어난 두 번째 대규모의 공격은, 지난 10년 간의 전쟁은 2014년에 서방 군대가 아프간에서 제 때 떠날 수 있을 만한 충분한 안보 상태를 확보했다고 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반란군의 강한 응수였던 것이 사실이다.

탈레반은 또한 그날의 공격이 외국 군인, 서양인들,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 정부 요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례 행사와 같은 ‘봄 공습’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탈레반이 그들의 말처럼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을 미리 알고 공격을 계획했느냐, 아니면 빈 라덴 사망 1주년을 맞아 일어난 테러 공격이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 시기와 우연히 맞아떨어졌느냐 여부가 아니다.

문제는, 빈 라덴이 사망한지 1년이 지났지만 이슬람 테러 운동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으며, 부르카를 쓰고 여장을 하면서까지 시도할 정도로 교묘해져 간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지난 13일자 영국의 한 일간지에 따르면, 알-카에다는 최근 자살 폭탄테러범의 몸 속에 폭탄을 설치해 테러를 감행하는 방안까지 연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 정보기관들은 알-카에다에 소속된 일부 의사들이 자살 폭탄 테러범의 가슴이나 복부에 폭탄을 설치해 공항의 보안 검색을 통과한 후 여객기에서 자살 폭탄테러를 감행하는 방법을 연구한 것으로 보고 대응 방안을 찾고 있다고 한다.

테러범의 인체 내에 폭탄을 설치하는 기술을 고안한 의사는 올해 초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무인 폭격기 공습으로 사망했다. 이 의사는 예멘 내의 알-카에다 연계조직인 알-카에다 아라비아 반도지부(AQAP)의 '폭탄제조 마스터'로 불리는 이브라힘 하산 알-아시리와 함께 작업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서방 국가들은 극소수의 의사들이 그와 함께 인체 내 폭탄 설치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CIA는 이들의 신원을 알아내 추적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서 언급한 '펜타에리트리톨 테트라니트레이트'(PETN)와 같은 고성능 폭약을 자살 폭탄테러범의 몸 속에 설치할 수 있으며, 이식 과정의 부상은 어느 정도 감출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주요 국제공항에 설치된 보안 검색기로도 몸 속에 설치된 폭탄은 적발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5월 2일 재닛 나폴리타노 미국 국토안보부장관 역시 테러범들이 몸 속에 폭탄을 이식해 여객기 테러를 시도할 수 있어, 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알 카에다 지도자인 빈 라덴을 제거하면 주춤해질 것 같았던 이슬람 테러는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오히려, 그 방법과 전략이 더 교묘하고 과학기술적으로 진화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만약 우려하는 것처럼 실제로 체내 이식 폭탄 테러라는 전략이 본격화 된다면,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9/11 테러 이후 미국 전역에서 한 동안 논란이 되었던 것처럼, 전 지구적으로도 안보와 평화 유지라는 이슈가 정부로 하여금 이동의 자유, 사생활 보호 등 개인의 인권을 제한 혹은 침해하게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도래할 지도 모르겠다.

 

  유호진  기자 / (2012-05-17 14: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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