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리비아 내전과 국제정세의 이해

 

▲최근 카다피의 모습

▲최근 카다피의 모습

여전히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중동의 민주화’ 혹은 ‘꽃 혁명’의 이름으로 정권 교체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튀니지와 이집트에서는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냐 아니면 자본주의 국가냐와 같은 체제 변화를 불러오지 않았지만 오랜 권위주의 지배 집단의 리더십이 교체되는 작지 않은 정치변동을 이루어냈다. 튀니지의 경우 국제사회 이해관계 속에 깊이 들어와 있지 않고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이 미미했기 때문에 군부 중심의 지배체제의 유지와 인물 교체 형태로 사태가 일단락되었다. 반면 이집트는 무바라크식 국가 주도형 자본주의의 한계의 노출과 함께, 이슬람 원리주의 사회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이 정치 무대에 전면적으로 나서며 이슬람주의 국가로의 변화 가능성이 있었으나, 군부 중심의 정치 균형 속에서 이슬람 세력의 약진 정도로 정치 변동이 마무리 될 것이다. 그렇지만 중동 이슬람권의 권위주의 해체가 곧바로 사회의 이슬람 원리주의 심화와 연결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고, 전 세계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구조적 위기와 더불어 언제든지 글로벌 이슬람 지하드로 분출할 수 있다는 위험성이 내재되어 있다.

현재 위기 국면에 들어와 있는 리비아의 경우는 튀니지와 이집트의 경우와 상당히 다른 변수들을 안고 있다. 리비아는 아프리카에서 국민 개인당 GDP가 가장 높고 석유 에너지의 경우 세계 생산량의 2%를 차지하고 있는 OPEC 회원국이다. 언제든지 석유를 무기로 삼을 수 있고 실제로 제4차 중동전쟁 때는 리비아가 앞장서서 자원의 무기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의 경우 리비아 동부 유전 지대의 반카다피 부족인 자위야 집단이 석유 수출을 보이콧 하겠다는 발표와 더불어 유럽 경제의 석유 공급 차질이 장기화 되는 국면에서 UN의 군사 개입이 촉발되었다고 볼 수 있다.

리비아 석유의 최대 수입국은 이탈리아 32%, 프랑스 10%, 독일 8%, 스웨덴 10%, 중국10%, 미국 5%로서 대부분 유럽에 유입되고 있다.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기점으로 세계 경제가 경기 후퇴 국면으로 돌아섰고, 그것은 곧바로 유가 하락과 실업 문제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의 침체가 제3세계 국민들의 실질적인 피해와 불행으로 이어진 것이다.리비아와 같이 국가 수입의 90%를 에너지 자원 수출에 의존하는 나라에서 유가 하락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에너지 산업의 경우 일자리 창출이 많지 않고, 늘어나는 달러의 유입 때문에 국내 물가 상승이 심각해지며, 아울러 수입 대체 산업 대신 대부분의 식량과 생필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악순환을 겪는 일명 ‘네덜란드병*’에 빠져 있다. 이런 경제 구조에서 유가 하락은 리비아 경제에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리비아의 동부 지역은 석유 에너지 주요 산지이면서 카다피 정권으로부터 냉대와 차별을 받아왔기 때문에 더더욱 리비아는 내전의 시한폭탄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현재 동부지역 반 카다피 세력은 리비아민족회의를 결성하고 2011년 3월 5일에 리비아 유일 합법 정부임을 선포했다. 여기에 서방 국가로서는 최초로 프랑스가 리비아민족회의의 정통성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리비아에서 카다피 이후 정치 변화를 예측함에 있어서 단순히 민주주의의 승리로 이 문제를 다룰 수 없는 몇 가지 다른 변수들이 있다. 전통적으로 리비아 동부 지역은 이슬람원리주의 세력이 강한 곳이고, 18세기 말부터 ‘사누시 운동’이라는 반 외세 이슬람 혁명의 온산지이다. 카다피가 1967년 혁명으로 몰아낸 리비아 국왕의 세력 기반도 리비아 동부이며, 왕가의 정치적 권위는 사누시 운동을 주도하면서 부족 연합을 이뤄낸 가문이라는데 있다. 이번의 반카다피 시위도 진앙지가 동부의 알 발디라는 도시로서 사누시 운동의 영향력이 여전하고 리비아이슬람투쟁기구처럼 알카에다에 동조하는 이슬람 원리주의 집단이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유엔의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미, 프, 영의 공중 폭격은 카다피의 세력이 유지되는 것과 동부 지역 시민의 학살을 막고자 하는 차원에서 실시되었지만, 그렇다고 서방 세력의 지상군 투입이나 리비아 국내 정치 개입이 쉽거나 가능성이 큰 것은 아니다. 벌써 중국과 러시아는 서방의 군사 개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동부의 리비아민족회의 내부에서도 서방의 군대 파병을 원하지 않고 있다.

결국 카다피의 부족들과 동부의 반카다피 연합 세력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정치 군사적 타협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고, 국제 사회도 그것을 절실히 고대하고 있다. 지금의 사태가 장기화 되면 리비아 사태로 인해서 유가 상승이 지속될 것이고 그럴 경우 결국 지구촌 경제의 위기는 또다시 쇠퇴 국면으로 접어들고, 이는 부메랑이 되어서 결국 산유국의 정치 불안과 붕괴로 이어지고 최악의 사태로서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 연합체의 등장을 불어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유엔이 적극 중재에 나서서 리비아의 정치군사적 대결을 성숙하게 타협과 양보로 풀 수 있도록 조정자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 네덜란드 병(Dutch Disease)은 경제학 용어 중 하나로서 주로 자원 부국이 자원의 수출로 인해 일시적으로 경제 호황을 누리지만 결국 물가와 통화 가치 상승으로 인해 국내 제조업이 쇠퇴해 결국 경제 침체를 겪는 현상을 의미한다)

서동찬 교수 (한반도국제대학원대학교 KU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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