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반정부 시위 확산 최소 1000여명 사상, 러시아 공수부대 투입

1월 5일 카자흐스탄 알마티 시청사가 시위대에 의해 불타고 있다.(사진=AP photo/Yan Blagov)

카자흐스탄에서 반정부 시위의 확산으로 수만 명의 시위대에 의해 대통령궁과 알마티 시청사, 공항 등이 점령되고 최소 1000여명이 다치고 수십명이 사망했다.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보안요원 2명은 참수당하는 등 13명이 사망했다고 알려졌다.

이 대규모 유혈 시위는 카자흐스탄 정부가 새해 들어 차량용 액화가스(LPG) 가격 상한제를 폐지하여 작년 1리터당 50텡게(약 138원)이던 LPG 가격은 며칠 새 120텡게(약 330원)으로 2배 이상 치솟으면서 시작되었다. 카자흐스탄 최저임금이 월 4만2500텡게(약 11만6875원)인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가스 가격 인상으로 인해 분노한 군중들이 지난 2일 서부 카스피해 연안 유전지대인 망기스타우주(州) 자나오젠과 악타우에서 처음 항의 시위를 시작했고 이후 전국 주요 도시로 빠르게 번졌다.

5일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TV 연설에서 가스 가격 인하와 내각 개편 등의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Kazakhstan Presidential Press Service via AP)

지난 5일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알마티와 수도 누르술탄 등 4개 지역에 2주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야간통금 조치를 발동했고, 곧이어 전국으로 확대했다. 또한 전국적 시위 사태와 관련 아스카르 마민 총리가 이끄는 내각 사퇴안을 수리하고, 알리한 스마일로프 제1부총리를 총리 권한 대행에 임명했다. 또한 지난 4일 다시 가스 가격을 되돌리겠다고 발표했으나 시위는 더욱 격화되었다.

이번 반정부 유혈 시위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시위의 뿌리에는 코로나19로 더욱 악화된 사회·경제적 격차와 민주주의 부재에 대한 분노가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소련 해체 이후 2019년까지 30년 가까이 카자흐스탄을 철권 통치하였고, 2019년 3월 대통령직을 사임하고 현 대통령인 토카예프에게 정권을 이양했으나 국가안보회의 의장직은 유지하면서 사실상 ‘상왕’으로 군림하였다.

그러나 이번 유혈시위에서 시위대는 “늙은이는 물러가라” “대통령 선거권을 달라”는 구호를 외치며 곳곳에 세워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동상을 파괴하고 있다. 또한 토카예프 대통령은 5일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국가안보회의 의장직을 박탈한다고 발표했다.

한편 6일 러시아가 이끄는 집단안보조약기구(이하 CSTO)가 카자흐스탄 정부 요청에 응해 러시아 공수부대를 평화유지군 1진 자격으로 투입했다. CSTO는 지난 2002년 옛 소련에 속했던 러시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6개국이 결성한 군사·안보 협력체이다.

최근 친서방으로 기운 우크라이나를 놓고 최근 서방 국가들과 갈등 중인 러시아 입장에서 카자흐스탄 정권의 몰락은 이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안보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른 이웃 국가들도 이번 시위로 자국 내 반정권 세력의 동요를 우려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일부 미디어와 비평가들이 카자흐스탄의 대규모 시위는 다음 주 우크라이나사태와 관련하여 진행되는 러시아와 미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간 릴레이 회담을 앞두고 러시아의 주의력을 흩뜨리기 위해 미국이 배후에서 선동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미친 주장”이라며 일축했다.

[주민영 기자] 2022-1-6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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