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폴란드 국경에 갇혀 버린 난민들 (2021.11.14) (사진=Oksana Manchuk/Belta/AFP)

동유럽 국가인 벨라루스와 폴란드 국경 지역의 난민 사태가 확전 양상을 보이며 긴장이 커지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번 난민 위기는 8일 벨라루스에 체류 중이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등지의 중동 출신 난민 수천명이 유럽연합(EU)에 속한 국가로 들어가기 위해 폴란드 국경으로 몰려들어 폴란드 경찰 및 군인들과 대치하게 되면서 불거졌다.

이에 갈등 해소 및 국경 강화를 돕기 위해 영국과 러시아 등이 폴란드와 벨라루스에 각각 군 병력을 지원하거나, 합동 군사 훈련을 강행하면서 갈등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EU는 벨라루스가 EU의 자국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고의적으로 유럽에 난민을 떠넘기려 하고 있으며, 그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고 의심하며 벨라루스에 대한 추가적인 제재 여부를 15일 논의키로 했다.

EU는 2020년 현 벨라루스 대통령 루카셴코가 국내 반대파를 무자비하게 탄압하며 부정선거로 장기 집권을 연장한 것과 관련하여 EU 주요 국가 공항 사용 금지 및 벨라루스의 주요 수출품 수입 금지 등의 제재를 가하고 있던 상태였다.

이에 대해 벨라루스는 EU가 추가 제재에 나설 경우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이어진 파이프라인을 막아 가스 공급을 차단하겠다고 응수했다.

러시아, 벨라루스, 터키 항공사들이 난민들을 중동지역에서 벨라루스로 대규모로 실어 나른 것이 아니냐는 EU의 의혹에 대해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런 일 없다”고 일축하며, 난민 문제는 근본적으로 이라크전과 아프간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지역 갈등과 내전을 확대시킨 서방측에 책임이 있다고 비난했다.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도 13일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벨라루스 항공사 ‘벨아비아’는 난민들을 벨라루스로 수송하지 않았으며, 난민들이 벨라루스로 몰린 이유는 중동 국가에서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역시 같은 날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지역 난민 사태의 책임을 터키나 터키 항공사에 돌리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항의했다.

이런 갈등 속에서 벨라루스-폴란드 국경에는 난민 2000여명이 영하의 추위와 굶주림을 견디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13일, 20세 시리아 난민 청년이 벨라루스 국경 인근 숲속에서 시신으로 발견됐으며, 적어도 9명에서 11명의 난민들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신들은 벨라루스 당국이 국경 지대에 난민들을 위한 천막을 세우고 임시 보호소를 열며, 인도주의적 구호품을 모아서 전달하겠다고 밝혔다며, 이번 사태의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 

한편, 폴란드는 국경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2만 명의 군경을 배치하여 난민 입국을 강력히 막고 있다. 폴란드국경수비대에 따르면, 13일 벨라루스 군이 폴란드의 체렘카 마을 부근의 임시 철책을 뜯어내고 레이저 광선을 폴란드 쪽에 발사하여 시야를 가리면서 대기 중이던 100여 명의 불법이민자들을 국경 너머로 보내려 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벨라루스가 난민들에게 최루가스 등의 장비를 풀어 폴란드 경비군을 공격하게 했다고 보고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현재 국경 지역 봉쇄 및 언론인 출입 통제로 인해 정확한 사태에 대한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 비상사태가 끝나는 30일이 되어야 진상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지언 기자] 2021-11-1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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