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중동] 대미 관계 악화로 터키 경제위기 직면

터키 이스탄불의 한 환전소에서 직원이 터키 리라 지폐를 세고 있다. (사진=REUTERS/Murad Sezer)

터키 이스탄불의 한 환전소에서 직원이 터키 리라 지폐를 세고 있다. (사진=REUTERS/Murad Sezer)

미국인 앤드류 브런슨 목사를 가택 연금 중인 터키에 미국이 경제 제재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연일 터키 리라화가 하락하며 터키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미국발 ‘경제전쟁’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새로운 동맹을 찾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다수의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인 앤드류 브런슨 목사(Andrew Brunson)의 석방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는 터키에 미국이 터키산 알루미늄∙철강 관세를 2배로 늘리는 제재를 발표하자 리라화 가치가 연초대비 69%까지 하락했다.

앞서 미국은 터키 정부에 브런슨 목사의 석방일자를 8일 오후 6시까지로 요구했으며 이를 이행할 때까지 매일 한발씩 총알을 쏠 것(a bullet, a day) 이라고 말했다. 이는 터키에 대한 추가적인 제재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에 WSJ(월스트리트저널) 등은 해외 부채가 많고 경상수지 적자가 큰 편인 터키가 심각한 금융 위기에 빠질 수 있으며, 터키와 교류가 많으면서도 경제기반이 취약한 신흥국 경제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 섞인 전망을 내 놓았다.

터키 관영 아나톨루통신에 따르면 터키의 해외 부채는 3월 말 기준으로 4666억 7000만 달러(한화 약527조 1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터키 연 국내총생산(GDP)의 50%가 넘는 규모다. 이 중 25%는 올해 안에 상환해야 하는 단기 부채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터키 리라화 폭락으로 터키가 채무불이행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커졌으며, 터키 통화 불안으로 신흥국 증시와 통화 가치도 줄줄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우려 속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의 제재를 ‘경제 전쟁’으로 규정하며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이 터키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는 새로운 동맹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터키를 지지하지 않으면 미국뿐 아니라 나토(북대서양조양기구·NATO) 소속 어느 나라와도 기꺼이 결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브런슨 목사는 1993년 터키에 입국해 서부 이즈미르에서 교회를 개척했으며, 2016년 10월 테러조직 지원, 간첩 혐의 등으로 구속돼 교도소에 갇혀 있다가 지난 달부터 가택 연금 상태에 놓여 있다.

작년 9월 WSJ은 브런슨 목사의 구속 사건을 놓고 미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터키와의 관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사건이라고 평했다. 또한 이 사건이 2016년 7월에 실패한 터키의 쿠데타 이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에 의해 터키 내에 발효된 정부 통제 강화에 의한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터키 정부가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한 터키의 이슬람 사상가이자 현재 미국에서 거주 중인 페툴라 귤렌의 본국 송환을 미국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거절했고, 얼마 안 있어 브런슨 목사가 간첩 혐의로 구금됐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 정부는 작년 5월부터 브런슨 목사 사건에 주목하기 시작했으며, 그가 부당하게 체포되었다고 보고 터키 정부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브런슨 목사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관련기사: 미국 목사, 터키에 스파이 등 혐의로 부당 구금

[윤지언 기자] 2018-08-1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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