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중동-유럽] 스페인, 좌초된 629명 태운 난민선 구조키로

구조된 난민들 (사진=SOS MEDITERRANEE/AFP/Karpov)

구조된 난민들 (사진=SOS MEDITERRANEE/AFP/Karpov)

스페인이 이탈리아와 몰타의 입항 거부로 지중해에서 좌초 위기에 빠진 629명의 난민들을 태운 배를 구조키로 했다.

AFP에 따르면, 7명의 임산부와 11명의 어린이, 부모와 동행하지 않은 123명의 미성년자 등 629명은 프랑스의 자선단체 SOS 멜리테레니(SOS Meliterranee)에 의해 지난 토요일(9일)에 구조됐다. 6차례에 걸친 야간 수색 작업 등으로 구출된 이들은 ‘아쿠아리우스 호’(Aquarius)로 옮겨져 몰타(Malta)와 이탈리아(Italy) 사이 해안에 떠 있었다. 인접한 몰타와 이탈리아가 이들의 정박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유엔(UN)은 난민 구조 후 정박할 항구를 찾지 못하자, 몰타와 이탈리아에 “아쿠아리우스 호를 즉시 정박시켜라. 생명을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이것은 긴급한 인도주의적인 요구이다”라고 성명을 밝혔고, 독일 정부도 이와 비슷한 내용으로 탄원했다.

그러나 두 국가는 이 요구를 거절했다. 이탈리아는 UN의 탄원에 대해 “생명을 지키는 것은 의무이다. 그러나 이탈리아가 거대한 난민 캠프로 변해서도 안 된다”고 답했다. 양국간의 책임 공방도 이어졌다. 이탈리아는 아쿠아리우스 호가 몰타에 가깝다며 몰타에 입항시킬 것을 요구했고, 몰타는 구조된 장소를 들어 몰타의 책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탈리아의 아쿠아리우스 호 입항거절은 이번 달 취임한 마테오 살비니(Matteo Salvini) 내무장관 취임 후 처음으로 실시한 주요 반 이민 조치였다. 지중해와 인접한 이탈리아는 그간 난민문제로 인해 내홍을 겪어 왔고, 지난 3월 초 실시한 총선에서 민족주의적 성향의 우파 연합이 최대정당이 됐다.

  • 몰타-이탈리아 정박 불허
  • 난민문제에 대한 유럽의 공동대응 필요

NGO단체들은 악천후와 식료품 부족 등으로 인해 이들의 안전이 위협 받고 있다고 경고했고, 11일에 스페인(Spain)이 이들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SOS 멜리테레니 등 구호 단체들은 “구조된 사람들의 안전은 그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한다”며 “스페인의 결정은 이런 필요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이다”라고 밝혔다. 스페인까지 가기 위해서는 4일간의 항해가 더 필요하다.

몰타와 이탈리아는 스페인에 대해 감사 인사를 전했지만, 책임 여부에 대한 분쟁을 계속했다.

몰타 측은 “이탈리아가 국제법은 무시하고, 인도주의적인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비난했으며, 이탈리아 측은 “우리는 책임을 회피한 것이 아니라 유럽에 연대 요청을 했고, 스페인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준 것이다”라고 응수했다.

그러나 이탈리아와 몰타가 아무 노력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는 난민들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의사들을 태운 순찰선 2척을 아쿠아리우스에 파견했고, 몰타는 난민들의 부족한 음식을 제공했으며, 스페인까지 항해 중 필요한 음식도 제공하기로 했다.

국경없는 의사회에 따르면, 이번에 구조된 난민들 중에는 임산부 7명과 심각한 화상을 입은 여성 15명 및 저체온증 환자가 있으며, 이들이 현재 안정적이긴 하지만, 자칫하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취약한 상태이다.

유럽 연합(EU)의 규칙에 따라, 난민들은 처음 도착한 유럽 국가로 망명 신청을 해야 한다. 2015년 이후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등지에서 건너온 수십만 명의 난민들은 유럽으로 진입하는 통로인 이탈리아와 그리스로 쏟아져 들어왔다.

지난 12월부터 EU지도자들은 새로운 비상 사태가 발생했을 때 이민자 문제를 해결할 영구적인 방안을 만들기 위해 6월로 마감 시한을 정하고, 논의 중에 있다.

사회당 총재 페드로 산체스(Pedro Sanchez)가 이끄는 새로운 스페인 정부는 아쿠아리우스 호를 동부 발렌시아(Valencia)항구에 정박하도록 허가했다. 스페인의 새 외무장관 조셉 보렐(Josep Borrell)은 이번 조치가 전체 유럽 공동체의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보렐은 마드리드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이탈리아는 지금까지 엄청난 이민자들의 유입을 허락해 왔지만, 다른 유럽 국가들은 특별한 연대감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인들이 이탈리아나 그리스에만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모두의 문제로서 연합되고 통일된 방식으로 난민 문제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윤지언 기자] 2018-06-12 @18:09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