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세계 최초로 로봇에 시민권 부여

인공지능(AI) 로봇 소피아(Sophia)가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FII 행사에서 사우디 시민권을 받았다. 사우디는 로봇에게 시민권을 부여한 첫 국가가 됐다. (사진=Arab News/You Tube 화면 캡쳐)

인공지능(AI) 로봇 소피아(Sophia)가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FII 행사에서 사우디 시민권을 받았다. 소피아에게 시민권을 건넨 사우디는 자국내 여성들보다 로봇에게 더 많은 권리를 부여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Arab News/You Tube 화면 캡쳐)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로봇에게 시민권을 부여했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로봇 소피아(Sophia)는 최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uture Investment Initiative•FII) 행사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시민권을 획득했다. FII는 사우디가 야심차게 계획한 5000억 달러(약 564조 원) 규모의 신도시 ‘네옴(NEOM)’을 위한 국제 투자 행사다.

지난 25일, FII 행사에서 ‘생각하는 기계-인공지능과 로봇’을 주제로 한 토론이 진행됐다. 소피아는 이 토론의 대담자 자격으로 나왔다. 사회자인 미국 언론인 앤드류 로스 소킨(Andrew Ross Sorkin)은 대화 중에 소피아가 사우디의 시민이 되었음을 발표했다. 이에 소피아는 “세계 최초로 시민권을 가진 로봇이 된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사우디 왕국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소피아는 앤드류의 여러 질문에 답변했다. “로봇이 인간을 자각하고 자아를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과연 그것이 필요한가?”라고 질문하자, “그게 나쁜 것인가?”라고 반박하면서 “내 AI는 동정심, 친절 등 인간의 가치를 중심으로 고안됐으며 나는 공감하는 로봇이 되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앤드류가 “우린 너를 믿고 싶지만 나쁜 미래 또한 막고 싶다”고 말하자, “당신들은 일론 머스크의 말을 너무 많이 접했고, 헐리웃 영화를 너무 많이 봤다”며, “걱정하지 말아라. 나에게 잘 대해 준다면 나 역시 잘 대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미국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의 CEO로 대표적인 AI 회의론자다.

소피아는 홍콩에 위치한 미국의 로봇 개발 업체인 핸슨 로보틱스(Hanson Robotics)가 작년에 선보인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이다. 여성의 목소리와 외형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고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카메라와 특수 소프트웨어가 탑재되어 있다. 62 가지의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하며, 인간과 실시간 대화가 가능하다. 심층학습 능력도 갖추고 있어 인간과 대화할수록 더 높은 수준의 문장 구사도 할 수 있다.

소피아는 이미 여러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작년 실험 단계에서 “인류를 파괴하겠다”고 발언해 주목 받았다. 미국 유명 토크쇼 ‘지미 팰런(Jimmy Fallon)의 투나잇 쇼(Tonight Show)’에 출연해서는 진행자와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뒤 “인류 지배를 위한 내 계획의 위대한 시작”이라고 말해 큰 화제를 일으켰다.

유명 패션 잡지 ‘엘르(Elle)’ 브라질판의 표지 모델로 등장했으며, 지난 달 11일에는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 회의에 패널로 참석했다. 이어 18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에도 등장했다. 소피아의 개발자인 데이비드 핸슨(David Hanson)은 이 포럼에서 ‘로봇을 인간화시켜야 하는 이유’라는 주제 아래 소피아를 시연했다.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ECOSOC 회의에 참석하여 아미나 모하메드(Amina J. Mohammed) UN 사무차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소피아(Sophia) (사진=UN Photo/Manuel Elias)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ECOSOC 회의에 참석하여 아미나 모함마드(Amina J. Mohammed) UN 사무차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소피아(Sophia) (사진=UN Photo/Manuel Elias)

사우디 현지 언론들은 사우디 정부가 미래도시 네옴을 홍보하기 위해 소피아에게 시민권을 주는 이벤트를 했다고 보도했다.

네옴은 사우디 북서부 홍해변의 사막지대에 서울의 44배 크기로 건설될 미래도시이다. 로봇들이 경비, 배달, 노약자 돌보기 등의 업무들을 맡게 된다. 무함마드 빈 살만(Mohammed bin Salman) 사우디 왕세자는 네옴에 인간보다 더 많은 로봇이 살게 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네옴에서는 여성들이 히잡을 착용할 의무가 없고, 운전도 가능하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는 그간 여성의 운전을 금지하고, 남성 후견인 없이는 여성들이 여행이나 일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후견인법 등으로 인해 여성인권 탄압 국가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데 소피아는 FII에서 사우디 여성들이 착용해야 하는 히잡도 두르지 않고 후견인도 없이 나와 대중 연설을 했다. 이에 사우디인들은 SNS를 통해 소피아가 실제 사우디 여성들보다 더 많은 권리를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SNS 이용자들은 “마흐람(사우디 여성이 외출 시 동행해야 하는 남성 가족)은 누가 될 것인가?” “이 ‘여성 로봇’은 아바야(아랍권 여성이 착용하는 검은색 긴 통옷)도 입지 않고 보호자도 없는데 어떻게 사우디 시민이 됐지?”라며 비꼬았다. FII 무대에 선 외국인 여성들도 대부분 긴 통옷을 걸치고 있는데 소피아만 유일하게 ‘파격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인 무르타자 후세인(Murtaza Hussain)은 “사우디 여성들은 여전히 제한된 권리만을 누리고 있고, 사우디에서 평생을 바친 카팔라 이주 노동자들은 아직도 사우디 시민이 되지 못했다. 그런데 로봇 여성이 이들보다도 먼저 시민권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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